[淸河칼럼] 민의의 합의로 국기원 이사 뽑고 청문회로 검증하길 권고함
[淸河칼럼] 민의의 합의로 국기원 이사 뽑고 청문회로 검증하길 권고함
  • 박완규
  • 승인 2016.07.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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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연나라 소왕(昭王)이 현자 곽외(郭隗)를 찾아 나라 재건을 위해 널리 인재를 구하는 방법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몸을 굽혀 남을 모시고 북면(北面)하여 학문을 배우면 자기보다 백배 나은 자가 찾아오고, 먼저 달려나가 일하고 먼저 묻되 나중에 아는 체 하면 열배 나은 자가 찾아옵니다. 남이 달려나갈 때 같이 달려가면 자기와 같은 자가 찾아오고, 의자에 앉아 지팡이에 기대 거드름을 피우면 마굿간 잡부 정도가 찾아오겠지요.”

곽외는 “진정 지혜롭고 우수한 인재를 원하신다면 우선 저를 기용하십시오. 저같이 낮은 자가 섬김을 받는다면 어찌 어진 자가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소왕이 그를 등용하고 스승의 예를 다하니, 소식을 들은 명장 악의(樂毅)가 위에서, 음양오행설의 제창자 추연(鄒衍)이 제에서, 대정치가 극신(劇辛)이 조나라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전국책(戰國策)에 기록된 고사인데 여기서 나온 말이 ‘선종외시(先從隗始)’다. 먼저 (곽)외를 모시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뜻으로, 시공을 뛰어 넘어 오늘날까지 인재등용의 바른 길로 통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인사를 제대로 해야 조직이 잘 굴러가고, 일도 순리대로 잘 풀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관료를 임명할 때면 늘 청와대 인재 풀(Pool)의 한계가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지, 청백리 관료가 드문 탓인지 대부분의 후보자가 언제나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다.

세계태권도본부라 자임하는 국기원 인사도 마찬가지다. 수장이라 할 원장부터 자격과 자질 논란 시비로 휘둘리는 형국이니, 그를 뽑은 국기원 이사회의 이사들 함량인들 오죽하겠는가. 특수법인 국기원의 목적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우수한 사람들로 구성돼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고 여론수렴으로 제도를 정비하며, 행정의 투명성이 담보되도록 관리감독을 충실히 해야 마땅한 게 이사란 직책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기원 이사들은 여태껏 헤게모니를 장악한 특정 인물 몇몇의 안배에 의한 추천으로 검증도 없이 보직에 앉다보니 특권자의 하수인에, 목적사업에 부합되지 않는 시책에도 찬동하는 거수기 노릇이나 해왔으니 모두 자질부족에 함량미달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진정, 국기원이 세계태권도본부를 자임한다면 8천만 태권도인들의 대표기구로서 의무를 다해야 마땅할 터, 만민 태권도인들의 민의와 합의에 의한 이사회 구성이 바람직하다. 하여, 앞으로 구성될 이사회 면면은 다음의 기준과 원칙에 부합되는 인재들로 이사선임 되기를 적극 권고하는 바다.

우선 3대 기구가 추천하는 인물들을 당연직 이사로 선임하되, 태권도 현직에 몸담은 자의 겸직을 금지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이해관계가 얽힌 담합과 특정 이기의 전횡이 난무하는 폐해를 단절코자 겸직금지법을 만들었다. 전 현직 이사들이 3대 기구 및 산하단체의 회장, 부회장, 전무들이 겸직하다보니 집단이기의 도구로 남·오용되는 폐단이 빈번한 까닭이다.

또 백년대계를 이끌기에는 태권도계 지도자들만으로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비전적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문지식과 네트워크를 갖춘 인재들을 영입해 전문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받아야 한다. 문화, 관광, 법조, 금융, 정보통신 등 분야별 최적의 전문가를 배정하는 게 좋겠다.

60대 일색의 현 이사진이다 보니 세대간 소통과 담론결집이 단절되는 폐해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40대와 50대 태권도 지도자들도 배정하고, 해외 사범들로 구성된 자발적인 연합체를 결성케 한 뒤 이를 대표할 인물에게도 당연직 이사로 배당하면 발전적 창의를 포함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기원은 이렇듯 3대 기구와 해외단체연합 등 국내외를 망라해 선별된 당연직 이사, 세대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안배와 대외 전문분야 인재들로 조합된 이사 후보들에 대해 언로를 통해 반드시 공개하는 원칙을 천명함이 옳다. 최종적으로 태권도본부의 품격이자 민의의 대변자로서 자질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즉시 청문회를 열어 검증 절차를 밟게 한다면 대승적 합의로서 더할 나위가 없겠다.

신의 한 수라 칭할 만한 ‘선종외시(先從隗始)’의 묘를 살린 이사회 구성으로, 향차 항구적인 백년대계를 열어가는, 진정한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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