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食멘토링④] 言路, 기자의 길을 묻는 청년에게
[木食멘토링④] 言路, 기자의 길을 묻는 청년에게
  • 박완규
  • 승인 2017.09.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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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者는 글(기사)로써 말한다

記者는 글(기사)로써 말한다

 

 

 

#문장수업

아무리 현장 경험이 많고, 친화력과 체력을 갖췄어도 문장이 서툴면 기자가 될 수 없다. 기자의 글은 ‘민중의 문장’ 혹은 ‘국민의 문장’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고정된 책상에 앉아서 조용히 글을 쓴다. 하지만 기자의 경우는 그렇게는 안된다. 마감시간이 있기 때문에 무척 시간적 제약을 받는다. 싫건 좋건 마감시간 안에 글을 써내야 한다. 집필장소도 일정치 않다. 사건의 현장 속에서, 역 대합실에서, 달리는 열차 속에서, 비행기에서….

원고의 장수는 제한되어 있다. 제멋대로 장수를 늘릴 수는 없다. 일정한 분량이 주어진다. 기자들은 짧게 쓰는 훈련을 되풀이 받는다.

매스컴 문장은 문학에서 말하는 예술적 산문과는 다르다. 기사의 문장은 생활을 바탕한 실용산문이다.

짧게, 쉽게, 뚜렷하게, 이끌리게, 꾸밈없이, 날카롭게 쓴다. 이것이 매스컴 문장이다. 이를테면 간결성, 평이성, 명확성, 관심성, 자연성, 예리성이 있어야 한다.

매스컴 문장은 미사여구며 액세서리 같은 걸 배격한다. 사치품 같은 문장이 아니고, 생활필수품 같은 문장이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기사를 쓸 때에는 쉽고 간단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러기에 매스컴 문장은 난해함과 복잡함을 허락치 않는다.

기자들이 기사 쓰는 걸 보면 번갯불 같다. 사색적이거나 명상적이 아니다. 차분히 쓸 겨를이 없다. ‘써 갈긴다’는 말이 적당할 것 같다. 한번 펜을 들면 끝장을 내는 게 보통이다.

문고리는 손때가 묻을수록 반들반들 빛난다. 만지지 않으면 녹슨다. 문장수업도 이와 비슷하다. 좋은 문장을 많이 읽는다. 글을 많이 써본다. 중앙일간지가 훌륭한 지침서이자 참고서이다.

처음부터 너무 잘 써 보려고 긴장하는 건 좋지 않다. 그저 처음엔 수수하게 쓰도록 홀가분하게 나가는 게 좋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자기의 문장을 분석해 본다. 남이 쓴 좋은 문장과 비교해 가면서 고친다.

문장을 압축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문장을 다이제스트하는 습성을 키워야 한다. 군소리 없는 문장을 쓰도록 해야 한다.

괴테는 “문장을 압축하는 일이야말로 대가의 제일 조건”이라고 했고, 시인 로버트 사우제는 “언어는 태양의 광선처럼 압축하면 할수록 강하게 된다”고 말했다.

작가 헤밍웨이의 간결한 문장은 그가 기자생활 때 애써 배운 것이다.

기사를 쓸때 과격한 표현은 위험하다.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대부분 이론적 근거가 약한 데서 비롯된다. 언론의 본질을 더럽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절대 삼가해야 한다.

또 표현에 있어서 적대어는 되도록 삼가해야 한다. 적대어는 극약 처방이나 매일반이다. 부작용이 따를 위험이 있다. 적대어는 진실에 앞서 상대쪽 마음에 상처부터 안겨준다.

공격기사를 쓸 때엔 완전무결하고 결정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쪽의 말할 자유도 일단 들어줘야 한다. 반대의 자유를 들어주는 건 하나의 안전장치 구실을 한다.

공격기사의 목표는 ‘진실’을 가려내는데 있다. 절대로 상대쪽을 굴복시키는데 있지 않다. 상대쪽을 몹시 꾸짖거나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른바 투쟁적 비판은 감정이 앞서기 쉽다.

 

#메모와 수집력

요새는 기업체의 사원들도 메모하는 버릇이 몸에 배었다. 메모는 제때 제때 해야 한다. 기자의 경우, 메모는 필수적이다. 메모를 소홀히 여기는 기자는 훌륭한 기자가 아니다.

기자의 일생은 메모에서 메모로 끝난다. 메모첩은 보통수첩과는 구별된다. 용수철로 묶은 수첩이 편리하다. 낱장을 마음대로 뜯어낼 수 있고, 닮은 꼴의 낱장을 마음대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나라 항공사고가 있었을 때, 승객들은 추락 5분전 수첩을 꺼내 가족이나 회사에 메모쪽지를 남겼다. 유언 메모나 다름없다.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그들의 메모는 버릇이 되어 버렸다.

설악산 눈사태로 10여 명의 산악대원이 모두 희생된 사건이 있었다. 숨지는 순간까지 대원에 의해 기록된 일기가 천막 속에서 나왔다. 이 일기로 해서 그들의 최후가 낱낱이 밝혀졌다. 지금도 설악동에는 그들의 위령탑이 있다.

주부들의 가계부도 훌륭한 기록이다. 알뜰주부들은 그날그날 가계부에 주요사항을 적어둔다. 가계부는 생활 수첩이다. 날이 가고 달이 흐를수록 가계부는 빛을 내는 일이 적지않다.

어느 주부가 8년 전에 재봉틀을 잃었다. 경찰은 재봉틀의 범인을 잡았다. 재봉틀을 잃은 주부는 경찰서로 달려갔다. 8년 전 가계부를 뒤적여 재봉틀 번호를 증거로 제시했다. 재봉틀은 거뜬히 찾아냈다. 기록의 소중함이 그대로 드러난 보기이다.

기억은 사정없이 사라진다. 믿을 게 못된다. 기록만이 오래 남는다. 낱장으로 된 메모용지는 잃어버릴 염려가 있다. 용수철로 된 메모첩이 가장 좋다.

특집기사나 기획기사 그리고 해설기자가 되면 기자들의 머리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때가 많다. 기자의 일은 점점 복잡해져 가고 전문적인 지식이 따르게 된다. 

기자는 자기가 맡은 전문분야의 자료를 늘 챙겨 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농림분야가 전문이라면 이에 관계된 자료를 입체적으로 수집해 둔다. 물론 인접분야의 자료까지 모으면 더욱 좋다. 신문사의 조사부 자료는 물론 활용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서적이며, 스크랩북 같은 걸 장만해 두는 게 좋다.

메모를 해 둘 노트도 만들어 두는 게 원칙이다. 정보 없이 기사 없다. 데이터 없이 기사 없다. 훌륭한 기자는 자료수집에 정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죤 간서는 내막기를 쓰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수집했다. 어떤 때는 자료 보따리의 운임이 비행기 탑승료보다 몇 배나 들었다. 그의 내막기가 나오기까지는 방대한 자료가 인용되었다.

KBS 추적60분 취재팀장 시절 필자는 달포 걸려 취재한 ‘탈북자 실태’를 쓰기 위해 중국까지 날아가 많은 자료를 수집해왔다.

학자나 작가의 문화주택에 서재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기자의 집에 자료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료는 가시화를 뒷받침하는 위성적 구실을 한다.

넓은 분야를 감싸는 커다란 착상은 많은 자료와 정보를 챙기는 데서 얻어진다. 일의 전례(사례)를 많이 챙겨두는 기자일수록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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