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칼럼] 훈민가외전
[淸河칼럼] 훈민가외전
  • 박완규
  • 승인 2012.08.07 0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여름철 북태평양 근해서 발생하는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수분을 한껏 머금은 채 북쪽 중위도 지방으로 올라가면서 퍼붓는다. ‘고마운 물주머니’가 아닐 수 없다. 심하면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곡식과 나무를 자라게 하는 데는 없어서는 안된다. 최근 수년동안 태풍이 한반도를 제대로 지나간 적이 없다.

살인적인 더위로 온나라가 허덕거리고 있다. 특히 달동네 서민을 포함한 독거 노약자에게는 하루 하루가 고통이다. 바깥 기온과 쪽방의 실내온도가 똑같은 찜통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각 지하철역사와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병입수돗물을 제공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휴가도 잊은 채 ‘더위와의 전쟁’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의 노력이 가슴에 와닿는다. 하지만 대상이 너무 많아 공공기관의 노력으론 버겁다. 2002년 월드컵 응원전에서 봤듯이 응원장소 곳곳의 대형건물에 개방화장실을 운영해 응원객들이 요긴하게 이용했다. 민간에서도 겨울에 쪽방 노인에게 ‘사랑의 연탄’을 나눠주듯 이번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지하철역사 등에서 노인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상황이 절박한데도 생수 한 병 들고 노인정을 찾는 선량은 없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도 9월쯤 치러야 될 것 같다. 그래야 4년에 한번이라도 폭염에 고통받는 소외계층을 뒤돌아보지 않겠는가. 대한적십자가 최근 아동·노인·다문화가족·북한이주민 등 4대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국민참여캠페인인 ‘희망풍차’출범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갔다. 시의적절하다. 희망풍차를 돌리는 주체는 바로 우리 이웃이다.

‘이고진 저 늙은이 /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러워라커든 / 짐을조차 지실까.’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송강이 지은 시조 훈민가 가운데 한수다. 57세에 세상을 뜬 송강이 45세였던 자신을 젊다고 썼다. 백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400년을 넘긴 시계 2012년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