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춘향 격이 되서는 안되거늘
억지춘향 격이 되서는 안되거늘
  • 박완규
  • 승인 2012.08.10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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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올림픽 도전사에 한 획을 그은 대회는 1984년 LA올림픽이었다. 그 이전까지 단 1개에 그쳤던 금메달을 단번에 6개나 따내고, 사상 최초로 종합성적 10위에 올랐다. 4년 후 서울 올림픽이 예정된 터라 우리 선수단의 선전은 국민들의 자긍심을 한껏 높였다. 금의환향한 선수단은 김포공항부터 서울 도심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이전 단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나 프로복싱 챔피언에 오른 선수를 위한 환영행렬은 종종 있었으나, 국제종합대회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퍼레이드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 배경에는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없고 정통성이 취약한 군사정권이 ‘선수들이 흘린 땀의 결실’을 정권홍보에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당시 정권은 ‘선수들을 신화적 존재로 영웅화하고, 체육 입국을 위한 각하의 영도력과 집념을 부각하라’는 홍보지침을 내놓았다. 주요 언론은 ‘LA 올림픽의 영광은 전두환 대통령이 집념을 가지고 추진한 체육진흥정책의 결실이며, 이는 88서울올림픽 때까지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나 사설을 앞다퉈 실었다.

올림픽 선수단 퍼레이드가 다시 등장한 것은 24년이 흐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서다. 우리 선수단이 금메달 13개로 서울올림픽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두자, 대한체육회가 선수단의 대대적 환영행사를 계획한 것이다. 베이징에 이어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벌써 금메달 11개를 포함해 22개의 메달을 획득(7일 밤 현재), 올림픽 참가 사상 최고의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단 본부는 이번에도 개선 환영행사를 준비한다며, 메달을 딴 선수들의 조기 귀국을 금지시켰다. 원래는 종목별 일정에 따라 귀국일정을 세우도록 했으나 선수단 성적이 오르자 계획이 바뀌었다. 일부 선수단은 이런 조치에 불만을 터뜨린다고도 한다. 선수는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온전한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것이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기를 바란다. 올림픽의 선전(善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소리는 더더욱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1초오심'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된 펜싱의 신아람 선수에 대한 처신도, 독도세레머니로 시상식에 오르지 못한 축구의 박종우 선수에 대한 사후조치도 신중치 못하더니만, 이젠 별 시덥잖은 전시행정의 전형으로 비난을 자초하는 대한체육회라니,,,이러다 대한억지체육회라 불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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