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한국을 떠나온 2세들에게 전인교육을...
<특파원리포트>한국을 떠나온 2세들에게 전인교육을...
  • 니콜라
  • 승인 2012.08.18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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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한국을 떠나온 2세들에게 전인교육을...

 
해외에서 제 3자의 시각으로 고국을 바라보면 한국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교육 문제는 특히 더하다. 목표도 없이, 이유도 모른 채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마치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앞으로의 모든 삶이 평탄해 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준이 사회 저변에 팽배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공부의 스트레스를 주기에 이것들은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연습과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은 무엇을 위한 공부인지 알 지 못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고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삶의 목표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학교에서도 공부만 잘하면 그 아이는 곧 성실하고, 근면하고, 착하고, 뭐든지 잘하는 아이라고 여기고, 설혹 무슨 잘못을 해도 다 용서가 된다.

몇 년 전, 작은 체구에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눈빛을 가진 한 아이를 만났다. 공부는 잘 못하지만 마음씨는 그 누구보다 착하고 여린 아이였다. 요즘 아이들 틈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가 왜 이런 모습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라면 딱 '왕따' 당하기 십상인 성격이었다. 공부는 못하는데 착해 빠졌으니 말이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의견을 말하면 또래나 선생님은 받아들여 주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아이는 기가 죽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게 된 것이리라. 이 아이에게 떨어진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했지만 잃은 자신감을 학습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부가 인생에서 첫째가 아니라는 것, 그것보다 자신이 가진 장점들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요했다.

마음이 약해 세심한 것에까지 남을 배려하는 마음, 무얼 보든지 호기심이 많은 점,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활동력 등 자꾸 아이의 좋은 모습을 찾아 내주면서 격려를 해주던 어느 날, 웃는 그 아이의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건강해 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키도 하루가 다르게 크더니 1년 반 만에 무려 17cm나 자랐다. 한국에 있을 때는 공부와 친구들의 놀림이라는 스트레스에 눌려 몸까지 성장하지 못했었나보다. 한창 자랄 나이에 성장도 못하고 그 건강한 웃음도 잃고 있었다니...

하지만 무엇보다 날 가장 기쁘게 했던 변화는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용기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사실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상처를 갖고 있었던 그 아이는 뉴질랜드에 와서도 다른 아이들과 의견이 다르다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음부터 기가 죽어 자신 안에 있는 의견을 숨기곤 했다.
때로는 거짓말도 하면서 자신을 방어하려고만 들었다. 그런데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사람들 앞에서 용기 있게 말하게 된 것이었다. 자신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나오는, 그런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내 모습 속에서도 나만이 가진 고유성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올바른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자신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 아이를 바라보며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다. 참 교육은 이것이다. 가장 우선은 내가 누구인지를 올바르게 알고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세계가 요구하는 사람도 바로 이렇게 모든 일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더 좋은 길을 창조해 나가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그 안에서 공동체와 타인을 배려하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도 세계 각국에서 공부하는 우리 동포의 아이들이 머리뿐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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