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학
행복의 경제학
  • 박완규
  • 승인 2012.08.2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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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바닷가를 찾은 부자가 그늘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어부를 보고, “시간 있을 때 고기를 더 잡는 것이 좋지 않나요”라고 했다. “그래서 뭘 하는데요.” 부자는 “돈을 벌어 더 큰 배와 그물로 고기를 잡으면 나 같은 부자가 될 거요”라고 했다. 어부가 “부자가 되면 뭘 합니까”라고 되묻자, 부자는 “편안하고 한가롭게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어부는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라고 답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그 덧없음을 알려주는 일화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의 이스털린 교수는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며 행복경제학 개념을 끌어냈다. 1946년부터 30개 국가의 국민소득과 행복지수를 분석한 이스털린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득이 꼭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른 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을 정립했다.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도 이스털린의 역설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노동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이룬 사람들은 금세 풍요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기대수준을 계속 높여간다는 것이다. 슘페터는 “자본주의는 여왕의 전유물인 실크 스타킹을 여공들도 신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부(富)는 바닷물과 같아 마실수록 목이 더 마르다”고 반박한다. 실크 스타킹에 만족해하는 여공은 더 이상 없다.

레이어드에 따르면 갈수록 격렬해지는 경쟁도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 부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은 결국 제한적이다. 따라서 그는 다윈의 ‘적자생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홉스의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논리는 버려야할 신화라고 비판했다. 대신 ‘사회 구성원이 함께 하는’ 행복을 삶의 가치로 내세웠다.

성장을 높여 복지를 추구하는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이 세계 도처에서 돌출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한국에서 이스털린의 역설이 적용되고 있으며, 국가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경제력에 비해 국민 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우리 현실을 우려한 것이다. 보다 섬세하게 행복경제학을 고려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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