낌새 알아채기
낌새 알아채기
  • 박완규
  • 승인 2012.09.03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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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세상 모든 사건 사고는 일어나기 전에 그 낌새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옛 선비들은 이런 낌새를 알아챔으로써 미리 조심하고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다.

알아채기 쉽지 않은 미미한 움직임인 기미(幾微)를 아는 것이 지기(知幾)다. 쥐나 개미 등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천재지변이 일어나기 전에 그 낌새를 알고 대비한다. 사람은 못 느끼지만 동물은 그 기미를 알아채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 능력은 동물이 훨씬 더 뛰어나다.

대신 사람들은 동물의 그런 움직임을 보고 대처하는 지혜를 터득해 활용했다. 자연 현상도 그렇지만, 인간사회의 모든 일 역시 그 기미가 나타난다. 그 기미를 알아채느냐 여부는 인간 삶이나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된다. 기미를 알아채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고, 아예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

지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기미를 알아채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로 닥쳐야 허둥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기 능력을 잘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요체는 빈 마음이다. 마음이 아집이나 어떤 욕심으로 가득차 있으면 기미를 알아차릴 수 없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사람 감각기관의 지각능력은 점점 퇴화되고 있다. 그로 인한 자연현상 지각능력 저하 대신, 인간사회의 기미를 읽는 능력이라도 향상되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오만은 심해지고 겸허함은 자꾸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정치인이나 정권의 성공·실패도 기미를 알아채고 제대로 대처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그 기미는 민심의 움직임일 것이다. 새 정부가 국정혼란을 겪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원인도 대통령과 고위공직자가 기미를 알아챌 능력이 없거나 알고도 무시해버리는 오만함에 있다.

모두가 주변 사람들의 기미를 잘 알아챌 수 있으면 보다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이다. 기미에 너무 무신경하다. 자본의 논리와 과학 만능에 빠져 기미를 알고도 무시하고 거스르는 일은 더 큰 문제다. 결국은 재앙을 불러올 어리석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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