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食四季] 또 집단이기, 장애인 배려가 없는 사회가 아쉽다
[木食四季] 또 집단이기, 장애인 배려가 없는 사회가 아쉽다
  • 박완규
  • 승인 2017.09.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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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님비현상이 또 다시 표출됐다.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지역주민들이 집단 반발을 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의 의지는 확고한데 물러설 뜻이 없다. 주민토론회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고 공분한 시민들이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토론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성태 강서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 특수학교 설립을 주장하는 장애인 학부모들과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이 참석했지만, 개최와 동시에 험악한 분위기로 치달았다.

장애인 학부모들은 제대로 자기표현도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먼 학교에 가기 위해 새벽6시에 일어나야 한다며 장애인 교육시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수학교를 혐오시설이라 부르는데 대해 "절대 혐오시설이 아니다"라고도 항변했다.

하지만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이었다. "지역별로 균등하게 설치하라", "여기로 왜 들어오냐"는 등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인근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특수학교가 아닌 '국립한방병원'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의 공약이었다.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자 한 장애인 학생의 학부모는 토론회장에서 무릎을 꿇었고, 뒤따라 수십 명의 학부모들도 눈물을 쏟으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주민들은 "쇼 하지마라"며 반발했다. 일부 주민은 무릎 꿇은 학부모들을 마주보며 무릎 꿇고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주장했다.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김성태 의원은 분란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불구경하듯 하다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토론장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장애인은 교육도 받지 말라는거냐?" "헬조선이란 말이 딱이다. 충격적"이라는 등 공분했다. 온라인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하는 내용의 서명운동도 한창이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강서구의 200여명 장애 학생 중 120명 정도가 1시간30분에서 2시간 걸려 다른 지역 학교에 다닌다""현재 서울 8개 구에 특수학교가 없지만 저는 모든 구에 하나씩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특수학교 설립 의지를 공고히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200662538명에서 지난해 87950명으로 10년 사이 25412(40.6%)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특수학교는 143개교에서 170개교로 18.9% 늘었고, 정원은 2000여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상자는 2만 명 이상 늘었는데, 정원은 고작 2000명 늘어났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20174월 기준으로 서울시에 거주하는 특수교육 대상자의 수는 12804명이다. 반면 서울시의 특수학교(29개소)에 다니는 학생의 수는 4457명으로 수용정원이 대상자의 31 수준이다. 이유는 특수학교가 제때 증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 동안 서울에 신설된 특수학교는 올해 개교한 효정초교 단 한 곳뿐이다.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중구 등 8곳은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다. 신설하려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보고 집값 하락을 우려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까닭이다.

그러나 지난 4월 교육부가 부산대학교 교육발전연구소에 의뢰해 작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실시한 특수학교 설립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연구결과 20062016년 특수학교 인접지역의 땅값은 4.34%, 비인접지역 땅값은 4.29% 올라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 값의 경우 같은 기간 특수학교 인접지역에서 2.58%, 비인접지역에서 2.81% 상승했고, 아파트값은 특수학교 인접지역이 5.46%, 비인접지역이 5.3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도 이후 설립된 60개 학교를 표본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에서 비롯된 님비현상에 다름 아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지역내 갈등을 빚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각지에 주거하는 수많은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이 태부족이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특수학교의 설립은 당연하고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는데 국민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그 시설이 내가 사는 동네에 들어오는 것은 싫단다. 참으로 이기적이다.

특수학교는 원자력발전소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이 협상이나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 권리이자 생존권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자기 이익을 도모하지 않으면 상대적인 손해를 본다는 인식 때문에 집단 이기주의를 표출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남 얘기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내 얘기라고 생각해보자. 반발이 없는 동떨어진 곳에 특수학교를 지어놓고 매일 2~3시간씩 아이들이 통학하게 한다면 장애학생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 것이며, 학부모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그 아이들도 우리의 아이들이다. 모두가 공평하게 교육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을 하자는 게 아니다. 그들의 조금 다름을 인식하고 다른 부분에 있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의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기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회적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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