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河칼럼] 권학문, 通했느뇨
[淸河칼럼] 권학문, 通했느뇨
  • 박완규
  • 승인 2012.09.10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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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 때 신법(新法)을 만들어 개혁 정치를 펼쳤던 정치가 왕안석(王安石)은 문장이 뛰어나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학문과 문장이 당대의 으뜸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타고난 천재성 덕분이라는 설도 있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지녔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어려서부터 한 번 읽은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걸 보면 두뇌가 명석했던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평생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면학으로 성공한 경우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상중영(傷仲永, 중영이란 사람의 경우를 슬퍼함)'이란 제목으로 쓴 글에서 그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의 중요성을 회화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방중영이란 신동이 있었는데 다섯 살 나이에 훌륭한 시를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주변에서 잘 가르쳐 다듬으면 큰 재목이 될 것이라고 공부시키기를 권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천재성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섰다. 선비들이 모인 곳이나 고관집을 찾아다니며 아들의 비상한 재주를 보여주고 푼돈을 챙겼다.

요즘 말로 하면 여기저기 방송에 내보내 '천재 쇼'를 벌이고 출연료 광고료를 받는 데만 재미를 붙인 것이다. 하지만 중영의 나이 스무살이 되자 밑천이 바닥나 보통 청년이 되고 말았다. 그 글 말미에 왕안석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천재도 공부하지 않으면 보통 사람이 되고, 보통 사람이 공부하지 않으면 보통 이하가 된다."

시쳇말로 “글 빨 하나는 죽지 않았다” 호언장담을 했건만 매일 필봉을 들려니 금새 소재가 고갈돼 잠시 접었던 공부를 다시 해야 하겠거늘 지천명을 넘기는 동안 술 담배와 찌든 습성들로 어지럽혀진 머리 통이라 그런지, 아니면 기억력이 감퇴된 까닭인지 하여간에 도통 저장이 잘 되지 않는다.

천재도 못 되는 주제에 공부도 안하고, 성현의 말대로라면 보통 사람 이하가 됐을진대 누구를 계도하고 계몽한다고 필봉을 드는가 싶은데,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는 세상에선 왕안석의 다음과 같은 권학문이 통했다고 할까. 마침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 오지 않았는가.

"공부하는 데는 큰 돈이 들지 않고, 공부하면 만배의 이익이 생긴다(讀書不破費 讀書萬倍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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