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식멘토링⑧] 言路, 기자의 길을 묻는 청년에게
[목식멘토링⑧] 言路, 기자의 길을 묻는 청년에게
  • 박완규
  • 승인 2017.09.25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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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의 취재와 문장은 이렇게 다뤄라

 

#르포기사

르포기사의 ‘르포’는 르포르타주(불:reportage)에서 따온 것이다. 르포문학하면 대뜸 떠 오르는 것이 앙드레 지드의 ‘소련 여행기’이며 ‘콩고기행’ 이다. 르포문학 또는 보고 문학 이란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도 역시 1936년 전후이다.

르포기사라는 용어를 우리 나라 신문계에서 쓰기 시작한 것은 1950년경이다. 르포기사라는 용어를 쓰기 전에는 ‘현장기사’로 통했다. 르포기사라는 용어는 생긴지 오래지 않았지만 현지보고기사는 1920년대 (조선 동아시대)때부터도 있었다.

이른바 ‘탐방기사’, ‘답사기사’ 같은 게 모두 르포기사였다. 퓰리쳐(Pulitzer, Joseph 1847~1911) 시대의 미국신문에서도 이른바 탐방기사가 있었다. 그러니까 미국에선 100여 년 전에도 현지 보고의 기사가 있었던 것이다.

르포기사는 책상 위에 앉아서 창작처럼 써낼 수 는 없다.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현지에서 직접 목격해야 한다. 현지에서 목격한 뒤엔 조사해야 한다. 이런 순서를 거쳐야만 기사를 쓸 수 있다. 모사식이 아니고 사생식이다. 현장 보고 현지보고는 비슷하다.

그러나 편의상 실감상 현장보고는 가까운 변두리에서 일어난 일을 말한다. 멀리 떨어진 지방이나 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보내올 땐 현지 보고라 한다. 이를테면 광나루나 판문점에서 보내온 르포기사면 보통 ‘현지보고’로 한다. 부산이나 제주도 또는 딴 나라에서 보내오는 르포기사면 ‘현장보고’로 한다.

답사-목격-조사 이 세가지는 르포기사의 바탕이 된다. 다시 말해 현장과 직결함이 없이 르포기사는 나올 수 없다. 르포기사를 취재하는 기자는 사건 현장에 가서 독자와 현장의 중간에 서서 중계자의 일을 해내야 한다. 르포기사는 논픽션(nonfiction)이다.

르포기사는 기자의 감상, 비판, 의견을 어느 정도 섞는다. 말하자면 현지에서의 기자의 주관이 적당히 기사 속에 들어간다. 다만 여기서 기자의 주관이라는 건 가공적인 뜻하는 것은 아니다. 철두철미 ‘사실’과 ‘객관’을 바탕한 견해다. 사실이나 객관을 떠나선 안된다.

사실이나 객관을 에누리해도 안된다. 르포기사도 다른 기사와 마찬가지로 사실을 본 바탕으로 한다. 다만 사실과 객관을 뼈대로 하되, 어느 정도의 위성적인 살을 붙일 수 있다. 간추려 말하면 르포기사는 가공적 허구적 또는 창작적인 주관은 용납되지 않는다.

- 발(답사, 체험, 현장)
- 눈동자(목격, 확인, 실증, 목격자 만남)
- 머리(조사, 비교, 예상판단)
- 손(르포기사의 문장화)

결국 르포기사는 이 네 가지가 입체적으로 믹스돼서 생산된다.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그건 생생한 르포기사가 될 수 없다.

뉴스는 지리적 격차라는 말이 있다. 보통 뉴스는 대개 타급의 소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르포기사는 발굴 소재다. 보통 뉴스가 간접 소재라면 르포기사는 직접 소재다. 끝내 전신 투구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현지의 사태가 기자의 몸에 밴다. 이를 테면 사관과 동행한다. 진행형이다.

말하자면 르포기사는 이 네 가지가 입체적으로 믹스되어 생성된다. 이 네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그건 생생한 르포기사가 될 수 없다.

TV를 통해 본 대연각 화재 현장과 직접 현장을 육안으로 본 대연각 화재현장은 엄청나게 다르다. 체험적인 현장목격과 TV를 통한 재현적 현장 목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나 연극이 실감상 큰 차이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가령 신문사에서 우주선 발사현장에 기자와 작가 두 사람을 파견했다고 하자. 두 사람이 보내오는 르포기사는 서로 앵글이 다를 것이다. 기자의 것은 사실과 조사를 바탕한 것이 될 것이고, 작가의 것은 역시 주관이 적지 않게 섞인 르포기사가 될 것이다. 기자의 것은 템포가 빠르고 작가의 것은 템포가 느릴 것이다.

먼저 르포기사와 보통기사를 특징지어 비교하면, 보통기사의 특징은

①사실, 사물의 상태, 실황을 잘 비교해서 꿈틀거리게 쓴다.

②사건, 인물관계는 그 일부분 또는 초점 특색을 잡는다.

③기자의 인상 특히 첫인상이 유력하게 움직인다.

④소재를 소재 그대로 존중한다. 작위, 각색을 못한다. 기자의 습성, 경향, 개성은 있을 수 있지만 주관적 문장이어서는 안된다.

이에 비해 르포기사의 특징은

①어떤 사건의 변화, 진행을 시간의 옮김에 따라 서술한다.

②원인, 결과의 첫머리와 끝맺음을 분명히 한다.

③인상의 묘사와 함께 작성의 취지도 분명히 한다.

④여느 기사처럼 객관적 문장이긴 하지만, 사건을 실감있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각색 구성에 주의한다.

⑤ 따라서 재료 그 자체의 가치보다 필자의 연구 노력의 반영에 따라 문장의 사활이 결정된다.

가령, 같은 늦가을의 하루를 그린다 해도 르포는 아침∙낮∙저녁∙밤에 걸쳐 하루의 일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통기사는 아침∙낮∙밤 중에서 어느 하나만 잡아서 그걸 실감있게 그린다. 중점적, 인상적, 최대 공약수적으로 그리는 셈이다.

또 같은 기차여행이라도 르포는 출발 역에서 도착 역까지의 차 속, 차 밖의 광경이나 사건을 차분히 물샐 틈 없이 누비듯 그린다. 그러나 보통기사는 승객 한 사람의 행동, 갓난 젖먹이의 울음소리를 중심해서 승객의 동요 같은 것을 그려낸다. 즉 보통기사는 1사(事)∙1물(物)∙1경(景)∙1정(情)을 주제로 한다.

보통 기사문(스트레이트)은 급행열차와 같다. 주요한 큰 역에만 머문다. 이를테면 주마간산 격이다. 특색에서 특색을 찾아서 가지만 르포는 다르다. 완행열차와 같다. 역이라는 역은 모조리 정거한다. 샅샅이 기록해 간다. 르포기사는 급행 완행도 아닌 보통 급행쯤 된다.

-흥미 본위로 책상 위에서 생각해 내는- 모멘트가 빈약한 억지 르포는 독자에게 어필하기가 어렵다. 가령 28년 만에 살아 돌아온 신판 로빈슨 크루소의 뉴스 때문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괌」섬을 소개하는데 모멘트가 생긴 셈이다. 옛날과는 달라졌다. 속보 경쟁시대이기 때문에 가봉적(假縫的)일망정 우선 핫 뉴스를 던져 놓고 본다.

현장, 현지 보고를 가릴 것 없이 르포기사는 이렇게 둘로 나뉜다. 뉴스에 밀착한 것은 묵히지 말고 <제1보>로 던지고, 서사식인 르포기사는 다음으로 돌린다.

그러나 르포기사에도 시간을 그다지 다투지 않는 게 있다. ‘기획르포기사’가 그것이다. 이런 것은 활력에 넘치는 뉴스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인상과 특색에서 특색을 찾으면서도 또 어느 정도 샅샅이 그려간다. 이를테면 주간잡지의 흥미 중심의 르포 같은 것이다.

보통기사는 ‘가봉적’이다. 시침 바느질처럼 듬성듬성하다. 르포는 마무리 바느질이다. 촘촘하다. 르포기사는 이 중간쯤 된다.

르포기사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겠다. 하나는 제보형식으로 현지의 핫 뉴스를 쓴다. 그 다음은 뉴스와 관계있는 상보(詳報), 속보(續報), 후보(後報) 등을 쓴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서사식인 상세한 르포기사를 쓰다가는 경쟁에 뒤진다.

늘 많은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독자의 관심과 궁합이 이뤄져야 한다. 뉴스, 관심, 모멘트가 없는 건 르포기사도 육박감을 주기가 어렵다.

르포기사는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핫 뉴스 만으로 다루기엔 나머지 재료가 너무도 아까울 경우가 그런 것이다. 절충식 르포라 해도 무방할 거다.
 


#르포기사를 다룰 때 주의해야 할 점

①먼저 자료를 손에 넣는다.(대강 읽어보는 것이 좋다.)

②크게 전모를 본다(대국적, 청사진, 종군 때면 전투 사령부)

③크게 본 뒤엔 샅샅이 본다(뒷골목 답사, 종군 때면 최전선)

④답사(조사)시간을 아끼지 말 것. 현장을 떠나면 현장을 조사키 어렵다.

⑤되도록 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쓴다(허락된다면 현장에서 쓰면 더욱 좋다)

르포의 대가, 존 간서는 -르포 취재에 있어- 자료를 모으는데 한눈을 팔지 않았다.

간서는 어떤 때는 묵직한 자료 때문에 항공운임을 도착한 후 후불로 처리한 적도 있다.

간서는 르포취재를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떤 나라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그 나라를 방문하길 즐겨하지 않는다. 방문자는 먼저 사전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를 알아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말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게 상책이다. 어떤 테마에 관해서 지나치게 잘 통하고 있으면 신선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놀랄 여유를 잃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준비 삼아 읽는 건 주로 신문이나 잡지의 스크랩이다. 여행이 끝나거나 때로는 어떤 테마에 대해서 버리기까지는 책은 그다지 읽지 않는 게 보통인데 이는 책에 영향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독서는 비교적 광범위한테 이를 테면 <아프리카의 내막>의 참고문헌으로 275권의 서적 이름을 내세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메리카의 내막>의 경우는 이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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