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라테에 쫓기는 태권도,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칼럼] 가라테에 쫓기는 태권도,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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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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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종목인 태권도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올림픽과 선수권, 대륙별 게임 등 크고 작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태권도의 입지가 눈에 띄게 약화되는 모양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경쟁할 일본의 유사종목 가라테가 차근차근 덩치를 키워가는 것과 대비되는 형국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최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열린 총회에서 내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종목 및 메달 규모를 확정지었다. 총 40개 종목에서 462개의 금메달 주인공을 가릴 이 대회에서 태권도는 16개의 세부 종목 금메달이 12개로 줄었다.

태권도 동작의 정확성과 아름다움을 심사하는 품새가 시범종목으로 추가돼 남녀 개인 및 단체에 총 4개의 금메달이 배정됐지만, 기존 종목인 겨루기가 '반토막'이 났다. 남녀 체급별 8체급씩 총 16체급으로 치러지던 겨루기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남녀 4체급씩 총 8개 체급만 놓고 경쟁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럽발 악재까지 겹쳤다. 2019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리는 유러피안게임을 앞두고 대회 조직위원회가 최근 태권도를 정식종목군에서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5년 바쿠(아제르바이잔) 대회에서 처음 이 대회 정식 종목 지위를 획득한 태권도는 불과 4년 만에 탈락의 비운을 맛봤다.

표면적인 이유는 개최국의 경제난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태권도 겨루기 규모를 축소한 이유는 자국 인도네시아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 때문이다. 대회 개최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고심하던 조직위가 대회 규모 축소를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올림픽에 비해 아시안게임의 메달 수가 많은 태권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유러피안게임 상황도 비슷하다. 개최도시 민스크(벨라루스)가 재정난 때문에 전체 종목 수를 28개 안팎에서 15개로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태권도가 피해를 입었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2015년에 태권도와 함께 이 대회 정식종목군에 합류한 가라테는 2019년 대회에도 살아남았다.

우리나라의 국제스포츠행정력 부재에 더해 태권도 4대 기구들이 협력은커녕 각기 따로 제 갈 길만 가면서 태권도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문대성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OCA 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인데도 아시안게임 태권도 종목 축소 결정을 사전에 감지조차 하지 못했다.

가라테가 전방위 로비 속에 맹렬히 도전해오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비는커녕 안에서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던 태권도가 제 밥줄마저 끊길 지경이다. 세계태권도연맹과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 태권도 4대 기구 수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서둘러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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