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1863) 단풍산
#좋은아침(1863) 단풍산
  • 박완규
  • 승인 2017.10.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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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裛露掇其英 읍로철기영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가을 국화는 빛깔도 좋을세라
이슬 머금은 그 꽃잎 따다
시름 잊으려 술에 띄우니
속세와 멀어진 내 심사 더욱 멀리하누나.

단풍이 절정인 치악산사에서
중국 최고의 시인 도연명陶淵明과
주도 삼매에 빠져 있습니다.

박주산채薄酒山菜나마 감읍해 하며
기꺼이 가을을 읊자 ‘청구영언’의 가인歌人
김천택金天澤이 자아도취식 단풍예찬으로
화답합니다.

‘흰 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
봄꽃도곤(봄꽃보다) 좋아라
천공天公(하느님)이 나를 위하여
뫼꽃山色을 꾸며내도다.’

손바닥 모양의 새빨간 아기단풍이
청잣빛 하늘 끝을 잡으려는 천진한
몸부림처럼 느껴집니다.

하기사,
회회청回回靑 청잣빛 하늘을 드높이 인 채,
울긋불긋 고이 채색된 단풍산은 어느 누가
스쳐 지나가도 예찬의 형용사가
모자랄 정도네요.

이 풍진 10월의 가을 주말,
거칠대로 거칠어진 심성들이
단풍처럼 영롱하게 채색되고,
저 엄위한 대자연 곁에 잠시라도
겸허해질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마는...!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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