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아침(1867) 치악산에서
#좋은아침(1867) 치악산에서
  • 박완규
  • 승인 2017.10.18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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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친구들아 단풍놀이 가세나

거대한 시멘트 공간을 벗어나
물결치는 만추의 들녘을 가로질러
치악산 정상에 한번 올라보세

길섶에는 화사한 코스모스
소박한 들국화가 활짝 피어
맑은 바람결에 수줍스레 고개짓하고
계곡을 거슬러 늙어버린 갈대는
흰 북숭이를 햇살에 번쩍이며
물결처럼 쓸리고 있다네

소슬바람 탄 절간의 풍경소리 뒤로하고
찌르르 풀벌레 우는 굽이굽이 낙엽길
휘이 굽어 늘어진 노송이 벗삼자 하는데
지친 몸 던져도 시퍼렇게 정신이 물들
꿈을 흔들어 봄직도 한 구룡폭포는
아홉마리 용의 승천을 전설속에 묻었구려

산등성이 소슬바람 헤치며
사다리병창을 가파르게 올라
1288m 해발 줄기 산자락 걸터앉으면
억겁의 씻긴 풍장 노래가락에 씻기고
해턱 하늘과 최고봉이 맞닿은 곳
천상의 비로봉은 예전 모습 그대로
장부의 기상인 양 솟구쳐 섰구먼

높은 하늘 시리도록 푸른데
난데없는 돌개바람이 달려들어
여인네의 여민가슴을 마구 파헤집고
발아래 이름모를 나무의 단풍은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의 불덩어리로
시뻘겋게 활활 타오르누나

멀리 마을을 싸안은 야트막한 산기슭을 끼고
집집마다 한 두 그루씩 늙은 감나무가 섰고
잘익은 감 가지 휜 채 촘촘히 매달렸네

초가집 지붕위로 조롱박이 탐스럽고
마당에는 고추 말리는 그 선연한 색깔이
깊은 가을의 정서를 한껏 뿜어내도다

어이
친구들아 단풍구경이나 가세

삶에 찌든 육신일랑 산자락에 매어 놓고
세월을 막걸리에 타 마셔 보세나.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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