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태권도 입문, 고희에 검객이 된 심삼섭 할아버지
환갑에 태권도 입문, 고희에 검객이 된 심삼섭 할아버지
  • 류갑상 기자
  • 승인 2017.11.24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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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객들은 말한다. 젊은이는 젊은이다운 검도를 노인은 노인다운 검도를 해야한다고. 승부욕을 요구하는 시합 검도에서 빠져나와 마음을 다스리며 기술을 연마하는 노인 검도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 삼매경에 빠져 만능스포츠맨에 도전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회덕동에 거주하는 심삼섭(73) 할아버지. 은퇴 후 운동과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한 심 할아버지는 태권도 4단을 취득하는가 하면 최근엔 검도에 푹 빠져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얍얍얍얍!”

심 할아버지를 만나기로 약속한 광주시 한 체육관에서는 여기저기서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중 특히나 절도있는 기합소리가 귀에 들렸다. 다름아닌 심 할아버지의 기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심 할아버지가 초·중·고생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함께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태권도 도복에 검은띠를 두르고 구슬땀을 흘리는 심 할아버지의 첫 모습은 평소 생각했던 ‘실버세대’와는 전혀 달랐다. 강렬한 기운에 열정도 넘쳐보였다. 심 할아버지는 59세에 다니던 대기업을 정년퇴직하고 여느 은퇴한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노인정과 복덕방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은퇴 후 노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보니 1년 가까이 이런 생활이 지속됐다. 심 할아버지는 “하는 일이 없으니 또래 친구들과 노인정에 모여 앉아 매일 술만 먹고 고스톱만 쳤어. 목적없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자괴감과 고독감, 소외감 등이 밀려 왔지. 내가 꿈꾸던 노년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심 할아버지는 손주같은 아이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길을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 ‘저거다!’ 싶었다. 심 할아버지는 태권도장에 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나이가 걸렸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주책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갈팡지팡하며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 “처음 친구들에게 운동을 하러 태권도장에 간다고 했더니 편히 쉬어도 모자를 판에 무슨 태권도를 다니려고 하냐며 다들 미쳤다고 했어. 친구들에게 호언장담은 했지만 속으로는 도장에서 나이 때문에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앞섰지.” 체육관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여러 번. 체육관을 서성이던 그를 본 당시 태권도장 관장이 먼저 다가와 그의 사정을 듣고 입관을 흔쾌히 허락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운동이기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팔과 다리가 굳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태권도 기본동작인 품새도 금방 잊어버렸다. 또 태권도 대련인 겨루기를 하다가 보호구를 입었지만 갈비뼈에 금이 가 몇 번이나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가족들은 이러다 큰 일이 나겠다며 운동을 만류했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끝장을 보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은퇴 전에는 한 번도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어. 소위 말해 운동 젬병이었지.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앓아 눕는 날도 많았어. 또 운동을 하다가 관장님 권유로 승단시험을 준비했는데 품새를 계속 잊어버려 허탈하기까지 했어.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젊은 친구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승단에 성공했지.” 이후 심 할아버지는 독일에서 열리는 태권도 대회에 참가해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등 태권도와 관련해 많은 활동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다니는 도장에서 아이들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을 도맡으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엔 검도에 푹 빠져 검도 수련에도 매진중이다. 태권도 외에도 다양한 운동을 해보고 싶었고 또 도전해 보고 싶어서 검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매 주말마다 검도 도장이 있는 용인까지 가서 신문지, 대나무, 짚단 등의 베기 연습을 한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척추를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태권도 도복을 입고 양 손으로 검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심 할아버지가 태권도를 배우는 등 활동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다. “집에만 있는 친구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 다 내가 해봐서 알잖아. 집에만 있으면 확 늙어. 집에만 있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 푸념만 늘어놓는 경우가 대다수야.” 그래서 그는 태권도와 검도 외에도 여러 운동을 한다. 은퇴 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마라톤을 4번이나 대회에 참가해 하프 코스를 완주했다. 지난 주말에는 13살 손주와 함께 마라톤 대회 참가해 10km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또 최근엔 헬스장에도 등록해 건강관리에 더욱 힘을 쓰고 있다.
 

심삼섭 할아버지의 인생 2막 꿀팁

1. ‘늦은 시기’란 없다 : ‘될까?’ 했는데 됐다. 심 할아버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태권도장에 들어섰다. 손주뻘과 같이 운동하며 노력해 검은띠를 두르고 승단도 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확언한다.

2. 집에서 나와 도장으로 : 심 할아버지는 최근 태권도뿐만 아니라 검도장도 다닌다. 그는 예리한 도(刀)를 절도있게 휘두른다. 심씨는 집에만 있지 말고 당장이라도 움직이며 몸과 마음 건강 모두를 챙기라고 말한다.

3. 배움에 주저 없이 : 은퇴 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만큼 잡념도 많아진다. 심 할아버지는 이럴 때일수록 강좌나 교육 등을 받으며 머릿속을 꽉 채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노인도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사회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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