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食四季] 미-중 2강 사이의 한국 외교, 전략적 오류는 없는가
[木食四季] 미-중 2강 사이의 한국 외교, 전략적 오류는 없는가
  • 박완규
  • 승인 2017.11.1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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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정상회담을 갖고 미래지향적 관계회복을 선언함으로써 지난해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관계가 큰 고비를 넘겼다. 특히 문 대통령이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다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정상급 채널 상설화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며 1년 넘게 단절된 관계를 실질적으로 복원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놓는 것에 만족해서는 결코 안 된다. 지난 1년 동안 한반도 주변 정세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우리 앞에는 핵미사일 전력화를 눈앞에 둔 북한이 있다. 김정은정권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연이어 발사하는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할 실질적인 수단으로 중국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중요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는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을 돌이킬 수 없도록 제거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틈만 나면 핵 선제공격을 운운하며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 관계 복원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공고한 한·미동맹과 긴밀한 한·중 협조를 기반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균형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전략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동북아에서 한반도 위기의 당사자인 우리가 균형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동해 한국작전구역(KTO)에서 한·미·일 3국 해군이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미국의 계획이 우리 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 정상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고 합의한 것을 생각하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3불 입장을 표방하고 마련된 중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시간에 KTO 안에서 일본과의 연합군사훈련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에 들어간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표현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적 딜레마를 자초해 스스로 어려움에 빠진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슈퍼 위크’로 불린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정상외교가 드디어 끝났다. 이제 성과를 분석하고 잘못을 고쳐야 할 시간이다. 손익을 철저히 따지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에 앞서 우리 외교 전략의 오류는 없었는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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