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중국에서 태권도 본질을 論告함
[발행인칼럼] 중국에서 태권도 본질을 論告함
  • 이기백
  • 승인 2018.03.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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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많은 일반 사람들을 만나 태권도(跆拳道)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대부분이 올림픽 경기 중 하나인 스포츠, 또는 음악이나 구령에 맞춰 펼치는 화려한 퍼포먼스 시범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18년 동안 다섯 차례의 올림픽이 치러지면서 전 세계인이 태권도를 알게 되고, 크고 작은 국내외 행사 때마다 단골 이벤트로 태권도시범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인식이 보편화됐다.

태권도의 이미지가 너무 겨루기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지만, 평생을 태권도 수련을 하고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제자를 양성해 온 사범으로서, 무술의 본고장이라 칭하는 중국에서조차 태권도의 위상이 높아진 것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

태권도는 품새, 발차기, 겨루기, 격파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겨루기는 자기 수련의 정도를 파악하는 용도로 쓰이는 태권도의 한 부분이다. 품새는 자신이 수련한 손과 발동작, 서기와 방향전환 등을 혼자 터득할 수 있게 하는 수련법인데, 이것을 통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방어 또는 공격을 할 수 있게끔 몸의 사용을 최적화시킨다.

무엇보다 태권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신(spirit)’이다. 본디 도()가 들어가는 태권도는 스포츠로서의 기술이나 승부에 앞서 정신을 제일 중시하는 무도이다.

태권도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 (), (), ()의 덕목이 수련하는 동안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신수양법으로 강조되고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신이 빠지면 모든 수련이 그저 이기기 위한 수단 혹은, 남을 해()하는 기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체로 기술을 터득하며 성취를 만들어가는 만큼 내면까지 다스리는 수양을 쌓음으로써 몸과 마음이 일통(一通)이 되어 예시예종(禮始禮終) 백절불굴(百折不屈)의 건강한 심신을 보전하게 하는 운동이 바로 태권도이며, 곧 태권도정신에 다름 아니다.

쿵푸와 태극권으로 대표되는 무술의 본고장이라 자부하는 중국 사회에도 이제 태권도는 한국이 종주국인 올림픽 종목이자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원조 한류의 브랜드로써, 그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태권도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이들 수많은 도장에서 수련생을 가르치는 관장과 사범들이 중국 현지인인 지 한국인인 지, 또 누구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지도자가 됐는 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들이 제대로 된 정신수양을 빠트린 채, 신체기술의 전수에만 집중함으로써 자칫, 태권도의 본질과 가치를 상실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정통 태권도 사범으로서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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