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건만 봄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매양 홀로 맞는 아침이건만
왠지 심란한 기분에
목식 연식만큼이나 고물이 된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봅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행여 봄비에 떨어질까 가슴 졸이면서도,
빗소리와 함께 듣는 옛 노래가
정겨운 아날로그 감성에 빠지게 하네요.
안성맞춤으로
현인의 ‘서울야곡’이 흘러나오고,
이내 노래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펼칩니다.
봄비를 맞으며
충무로, 보신각, 명동을 배회하는 나는
'이슬처럼 꺼진 꿈속'에서 ‘잊지 못할
그대 눈동자’를 하냥 그리워합니다.
현인선생 세대는 아니지만,
전영이 재연해 부른 이 노래를 들으며,
‘마로니에 잎이 나부끼는 네거리에
버린 담배’를 흉내내곤 하던
시절이 아련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담배를 버렸다간
여지없이 벌금을 물어야겠지만,
그 때의 이 무렵이 참 그립습니다.
커피 한잔에
봄비에 제격인 노래 한 소절 흥얼대며
잠깐의 여유가 있는 아침이면 좋겠습니다.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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