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브루스 리) 홍콩배우,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등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미국 ‘태권도 대부’ 이준구87세(미국명 준 리) 사범이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매클린 자택에서 오랜 병환으로 별세했다.
충남 아산 출신인 이 사범은 1957년 유학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대 토목공학과 졸업하고, 1962년 워싱턴에 ‘준 리 태권도’ 도장 열고, 미국 전역에 태권도를 확산시킨 해외 진출사범 1세대이다.
1965년 연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태권도 무료 강습을 시작하며 미국 정계에 ‘태권도 인맥’을 쌓았다. 당시 제임스 클리블랜드 하원의원이 강도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클리블랜드 의원에게 전화해 “태권도를 배우면 봉변을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 의회에 태권도 교실을 만들었다. 밥 리빙스턴, 톰 폴리,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을 포함해 의원 출신 문하생만 해도 350여명에 이르고 고인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도 유명인사로 알려지고 있는데, 특히 1960년대 초반 시애틀에서 이소룡과 만나 발차기를 가르쳐 주어, 이소룡의 ‘발차기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알리에게는 아큐 펀치(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주먹 쓰기)를 알려줬는데 “이걸로 영국 챔피언 리처드 던을 물리치고 승리하여 당시 화제의 주인공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인 유미씨와 결혼하면서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부친인 로런스 호건 전 하원의원도 현역 시절 이 사범에게서 태권도를 배웠다. 이 인연으로 호건 주지사는 2016년 ‘메릴랜드 태권도의 날’을 지정했고 현재 매년 4월 초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이 사범은 2000년 미국 정부가 선정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3인’의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워싱턴DC에 태권도를 전파한 지 40년을 넘긴 2003년 6월 28일, 당시 워싱턴DC 시장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이준구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매일 팔굽혀펴기 1000개를 하던 이 사범은 약7년 전 대상포진에 걸린 뒤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족은 부인 테레사 리와 지미 리(한국명 이형모·메릴랜드주 소수계 행정부 장관) 등 3남1녀가 있다. 장례식은 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매클린 바이블 교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