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암자로
이어진 오솔길을 걷습니다.
꽃들이 문을 닫는
겨울 들머리에 어디선가
맑은 꽃향기가 은은히 풍겨오네요.
숲에선 무시로 낙엽이 지건만
저만치 싱싱한 초록 잎 사이로
잔뜩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물푸레나무과의 은목서가
눈송이 같은 흰 꽃을 잎겨드랑이에
내어달고 순은의 향기로 텅 빈
세상을 가득 채우네요.
이름만으로도 향기로운
이 나무 아래에 서서 누구 하나
따뜻하게 품어준 적 없는 내 사랑의
향기를 생각하며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어제 서둘러 첫 눈이 와서인지,
오늘은 찬 기운만 쾌쾌快快한
소설小雪입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온다’는
속담이 무색토록 씩씩하게,
은목서 향기처럼 세상을 둥글게
감싸 안는 벗들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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