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새벽
첫눈을 맞으며 걷다보니
산아래 마실까지 왔습니다.
동이 튼 마을 어귀에
버려진 우물터가 보이네요.
우물 속을 들여다보노라니
어릴 적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새순처럼
꿈도 희망도 파랗던 아해 모습이
어언 하얘진 목식필부와 겹쳐
아른거립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네 가슴 속에도 우물이
하나씩 있지 싶습니다.
말갛고 잔잔한
추억을 긷는 우물이지요.
낙엽을 보아도
첫눈을 보아도
겨울파도를 보아도
새벽달마저 가슴저린 것,
추억이란 이렇듯 소슬하고도
선연한 사진첩입니다.
지난 날
생채기 낸 슬픔도,
시퍼렇게 멍든 아픔조차도
살아낸 날들의 경험치와
아련한 향수로 빚어낸
감로주 같다고나 할까요.
추억의 우물에 고인
어제의 슬픔과 아픔도
오늘 다시 길어 올려보면
어느덧 말갛고 달달한
감로주 맛으로 바뀌어 있는,,,
그런
벗들이 되기를 합장합니다.
-목식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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