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때마다 남북 화해-교류의 첨병이 된 태권도
한반도 위기 때마다 남북 화해-교류의 첨병이 된 태권도
  • 황욱 기자
  • 승인 2019.05.0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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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서 '2019 DMZ 평화대축제' 열려

태권도는 남북 관계가 꽉 막힐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리 민족의 국기(國技)라는 공통 분모로서 남북 교류의 최선봉에 섰다. 내달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리는 ‘2019 DMZ 평화대축제’에서도 남북 태권도가 만나 한반도 평화를 염원한다.

문재인정부 최초 남북 교류 ‘태권도’

문재인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대화와 교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2017년 5월 출범 초 상황은 좋지 못했다. 당시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으로 송환된 지 엿새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과 사드 갈등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였다.

이때 태권도가 나섰다. 태권도도 갈라진 한반도와 똑같이 남한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이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그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북측의 ITF가 시범공연을 하기 위해 남한을 찾은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현장에 직접 찾아와 태권도를 통한 남북 화합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저는 평화를 만들어 온 스포츠의 힘을 믿는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새 정부의 첫 남북 체육교류협력이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에서 치러지는 WT 대회에서 ITF가 시범을 보이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연맹의 화합과 친선은 물론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이어 “2000년 전 신라의 무풍과 백제의 주계로 나뉘었던 땅이 합쳐져 무주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무주에서 신라와 백제가 하나가 되었듯 이곳에서 WT와 ITF가 하나가 되고, 남북이 하나되고 세계가 하나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태권도를 통한 남북 화해 모드는 지난해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계속됐다. 개회 식전 공연에서 남북 태권도는 함께 시범을 펼쳤다. 이런 태권도가 마중물이 돼 결국 그해 4월 남북 정상이 함께 만나 ‘4·27 판문점 선언’이 탄생했다.

‘DMZ 평화대축제’서도 남북 교류

최근 남북 상황은 1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올 3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고, 최근에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해 또다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는 여전히 꾸준한 남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ITF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WT와 ITF 태권도 시범단이 합동 시범공연을 펼쳤다. 사흘 뒤인 9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도 합동 시범공연이 이뤄졌다.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지난달 9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 있는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과 ITF 시범단 합동 공연에서 격파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결렬 등으로 남북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태권도는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WT 제공]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지난달 9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 있는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과 ITF 시범단 합동 공연에서 격파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결렬 등으로 남북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태권도는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WT 제공]

내달 29일에도 국민일보와 GCS 인터내셔널(밝은사회클럽 국제본부)이 공동 주최하는 ‘2019 DMZ 평화대축제’에서 남북 태권도가 하나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선 한반도 평화와 화합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남북 태권도 합동 시범공연이 펼쳐진다. 조정원 GCS 인터내셔널 총재는 “DMZ 평화대축제 행사가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지속돼 남북 평화의 본보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포함한 스포츠는 남북 관계가 경색됐을 때에도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며 남북 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 왔다.

실제 2002년 6월 서해교전으로 군사적 긴장 상황이 극에 달했을 때 북한은 9월 열린 부산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냈다. 2002년 말에는 북한의 핵 동결 해제 및 핵 시설 재가동 발표로 한반도가 핵 위기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이듬해 8월 열린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내려와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대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이설주 여사가 응원단에 포함돼 남한 땅을 밟은 게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5년에도 2월에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3개월 후인 5월에는 영변 5㎿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000개를 인출했다고 발표하며 핵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8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남북이 대화를 시작했고 결국 북한은 9월 19일 6자회담을 통해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 포기’ 등 6개항의 9·19공동성명 채택에 합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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