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싫어 이란 뜬다" 女태권도영웅 '알리자데' 폭탄선언 이란 쇼크
"위선싫어 이란 뜬다" 女태권도영웅 '알리자데' 폭탄선언 이란 쇼크
  • 김대규 기자
  • 승인 2020.01.13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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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쓴 이란의 여성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21). 그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종목(57kg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에 알려졌다. 여성 선수로서 이란에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긴 그가 “이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는 이란에서 수년간 활동해 온 수백만 명의 억압받는 여성들 가운데 한 명”이라면서 “나는 그들(이란 당국)이 시키는 대로 옷을 입었고, 그들이 지시하는 대로 앵무새처럼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망명은 이란 당국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실을 뒤늦게 시인해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이란 당국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초기 격추 사실을 은폐한 데 대해 분노한 이란 시민들은 지난 11일부터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알리자데는 이란 카라지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란이 1948년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메달을 딴 최초의 여성 선수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18세의 어린 나이로 동메달을 목에 건 직후 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메달이 모든 무슬림 여성에게 희망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란 여성이 모든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17년 세계 태권도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알리자데는 이달 초 훈련을 위해 네덜란드로 떠났으나 이란으로 귀국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BBC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이란에 그의 ‘실종’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란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란 이스나통신 등 현지 언론은 “이란 태권도에 충격”이라면서 “알리자데가 네덜란드에 이민을 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알리자데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나라로 망명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BBC는 지난해 12월 알리자데를 ‘올해의 여성 100인’으로 선정했다. 그는 2016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히잡을 쓰고 운동해서 경기력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알리자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당국이 여성 선수들을 단지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메달 획득)을 자신의 공으로 돌려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다리를 그렇게 쭉쭉 뻗는 것은 여자의 덕목이 아니다'라고 모욕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망명의 이유가 “유럽에 초대받거나 유혹적인 제의를 받아서가 아니다”면서 “위선과 거짓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아 이란을 떠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이란 내부에선 알리자데가 망명 이유로 밝힌 이란 당국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이란의 정치인 압돌카림 호세인자데는 "무능한 관리들이 이란의 인적 자원을 도망치게 했다“고 비난했다.  
 
알리자데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희망하고 있다고 BBC가 이스나통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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