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로 변한 세상, 의료의 지평 넓혀야
[기고] 코로나19로 변한 세상, 의료의 지평 넓혀야
  • 편집국
  • 승인 2020.06.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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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준 /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여전히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삶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판단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는가? 진지한 답변을 준비할 시기다.

미국 보훈부의 빅터 쳉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오는 1차 충격이 있고, 이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나 의료자원 고갈, 의료기관 진료 패턴 변화 등에 따른 응급환자·중환자 치료 차질로 2차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차 충격은 있었지만, 슬기로운 방역과 사회보험방식인 건강보험, 무엇보다 민간의료와 의료진의 헌신 등으로 2차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3, 4차 충격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3차 충격은 만성질환자 치료 중단 및 부적절한 관리에서 오는 질병 악화로 발생한다. 우리나라 노인 91%가 한 가지 이상 만성질환이 있고,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이다. 고령자는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데, 이로 인해 운동 부족, 부적절한 영양 섭취, 의료기관 방문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부적절한 생활 변화는 만성질환자를 언제든 중환자로 만들 수 있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효과적 방법은 뭘까? 꾸준한 관심과 합리적 보상이 필요하다. 만성질환자에게 질병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고, 스스로 실천할 일을 꾸준히 알려주며 잘 지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 활동이 환자 평균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늘리는데 확실한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환자 가족도 교육해 더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이는 의료에서 줄곧 강조해왔으나, 병원 입장에서는 적절한 시스템이 없어 제대로 시행하기는 어려웠다.

일본 미국에서는 ‘교육 수가’가 많이 개발됐고 데이터 해석, 원격 모니터링 등에도 수가를 개별적으로 인정해준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새로 개발된 디지털 장비·프로그램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환자 모두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주며 진료실 외에서도 간단한 피드백을 남겨 서로 소통하도록 이미 방법이 개발돼 있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고 그 이익을 환자·기업·의료기관이 나눌 수 있다면 3차 충격을 슬기롭게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문제 해결형 시범사업을 부산시에서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고령 만성질환자에게 시범사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관은 디지털 헬스케어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정부에 새 의료 모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의료적 측면에서만 보지 않고, 건강관리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복지 관점을 포함한 사업을 기획할 수도 있다. 부산에는 마을건강센터가 동마다 들어설 예정이고, 이를 지원할 근거인 건강형평성 실현을 위한 조례도 2019년 11월 시행돼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4차 충격인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탈진(burn-out) 예방을 위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국립대 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이 포스트 코로나 대응책을 먼저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 1, 2차 의료기관 환자를 의뢰받거나, 마을건강센터에 방문한 고위험군의 데이터를 관리해 의료진이 환자를 더 면밀히 돌볼 수 있게 돕고 참여 1, 2차 의료기관에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만성질환자 관리가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 차원에서 소외계층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신속히 적용할 수 있게 하고, 연구 대상자에게 보상을 주는 형태라면 환자와 의료기관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관련 기업도 빠른 임상 진행을 위한 투자를 고려해 기꺼이 부산으로 달려올 것이다.

우리는 이전 삶을 잃었지만, 나와 남을 위해 절제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가족의 소중함도 더 절실히 깨달았다. 이런 시기에 건강 문제를 국가정책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건강보험 밖 시민을 위한 디지털 건강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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