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리언의 눈] 코로나19 위기가 글로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월드코리언의 눈] 코로나19 위기가 글로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 편집국
  • 승인 2020.06.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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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범 / 영산그룹 회장, 전 세계한인무역인협회장

[GTN TV=박종범 영산그룹 회장] “시장은 양심이 없다. 투자자들은 그저 돈을 벌려고 할 뿐이다.”
 
백인 경찰에 의해 목이 짓눌리는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뉴욕 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가자 미국 경제방송의 간판 앵커는 이렇게 한탄한다. 시장은 흑인들의 분노에는 조금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은 채 돈이 되는 주식을 쓸어담았다. 이게 시장의 본성이다.
 
자비심 없고 잔혹하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악이다. 세계적으로 지난 5개월 동안 68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40만명이 죽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바이러스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숙주를 찾아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가 바이러스는 감염된 인간을 일방적으로 죽이기보다 무증상 감염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숙주들에 전파하는 데 집중하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무자비한 잔혹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공격하더라도 가장 약한 사람, 가장 취약한 계층을 집중공략한다. 단적으로 미국에서 바이러스의 최대 희생자는 흑인이다. 외신 보도를 보면 시카고의 경우 흑인은 전체 인구의 3분의1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중 흑인 비율이 절반 넘고 사망자 중에선 무려 72%이다. 미국의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생물학적으로 흑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일까. 생물학적·인종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사회불평등 때문이다. 흑인은 백인에 비해 당뇨병, 고혈압, 비만, 천식과 같은 기저질환이 불균형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애초 기초건강이 나쁘기 때문에 쉽게 감염되고 쉽게 죽는다.
 
왜 흑인은 기초건강이 백인보다 나쁠까. 그것은 소득격차가 근본 원인이다. 미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 흑인가구의 중위소득은 4만1361달러로 백인가구 7만642달러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흑인들은 대부분 저소득자여서 안정된 주택이나 양질의 식품 확보가 어렵고 의료보험 가입률도 당연히 낮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저소득층과 사회취약계층을 공격하고 피해도 당연히 이들에게 집중된다. 단지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어서 흑인이 있는 미국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동안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곳은 대구 신천지교회를 시작으로 이태원의 성소수자 클럽, 쿠팡 물류센터, 경기·인천지역의 개척교회 등이며 가장 최근엔 방문판매업체에서도 다수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한 저소득층, 사회취약계층이란 점이다. 그야말로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이다. 신천지교회의 경우 이만희 교주 등을 제외한 일반 신도들은 소외된 가난한 서민이 대부분이다. 클럽과 ‘블랙수면방’을 찾는 성소수자 역시 부유한 사람은 별로 없다. 물류센터는 더욱 그렇다. ‘투잡’을 뛰어야 먹고사는 일용직 파트타임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강남의 대형 교회는 예배를 봐도 멀쩡한데 왜 유독 가난한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 외곽의 개척교회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지, 신이 있다면 묻고 싶을 정도다. 가난한 개척교회는 공간이 부족해 애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목회자 입장에서는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침을 튀기면서까지 포교활동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류센터 근로자나 개척교회 목사는 똑같은 신세다.
 
IMF 외환위기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위기가 오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최하위계층이다. 반대로 위기가 오면 최상위계층에겐 더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당연히 부의 양극화는 심화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양극화 심화의 결과로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이라는 불씨가 던져지자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등 역사상 전례 없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예외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앞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나 경기회복보다 더 힘들고 풀기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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