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백신 개발의 길'… 약효·안전성 두 토끼 다 잡아야 나온다
'험난한 백신 개발의 길'… 약효·안전성 두 토끼 다 잡아야 나온다
  • 박선지 기자
  • 승인 2020.06.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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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물질 10종 개발 중...美 모더나·中 칸시노 1상 통과
시험대상 소규모 그쳐 한계...코로나 확산 더뎌진 것도 문제
실험대상 노출 줄어 검증 난항...한국은 이달내 첫 임상시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개발을 목표로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인체 임상시험의 초기단계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구의 집단면역(herd immunity) 형성률이 적게는 3%, 많게는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곧 닥칠 2차 대유행에 대비할 거의 유일한 무기다.

백신 개발 선두그룹인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에 이어 중국 칸시노바이로직스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 물질의 1단계(1상) 임상시험 결과도 최근 의학학술지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두 연구그룹의 해당 백신은 항체 형성, 면역반응 유도 등 효능 측면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심각한 부작용 발생 등 안전성에도 큰 문제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른 유망 연구그룹인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와 미국 생명과학기업 이노비오의 백신 후보에 대한 1상 임상시험 결과도 이달 안에 나올 예정이다. 전 인류가 애타게 기다리는 코로나19 백신 조기 확보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종의 백신 후보물질이 개발 중이며 27건의 임상시험(미국 국립보건원 클리니컬트라이얼스 5월 25일 기준)이 진행되고 있다. 백신 개발 플랫폼은 합성항원 단백질 백신, 핵산 백신(DNA백신, mRNA백신),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백신, 바이러스 불활화 백신까지 크게 4가지다.

이 가운데 합성항원 단백질 백신은 이미 확립된 기술로 성공 가능성이 높고 실용화 사례도 있지만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게 흠이다. DNA, mRNA 백신은 상대적으로 신속 개발과 대량 생산이 용이하나,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실용화된 사례가 없어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은 초고속개발팀 가동으로 이르면 올해 안에 백신을 개발하고 내년 상반기에 수억개의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초기 임상시험 결과 나오고 있지만…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 너무 낙관적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 상태다. 지금까지 공개된 임상시험 결과는 소규모 인원 대상의 초창기 성적표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백명 대상 2단계(2상), 수천~수만명 대상 3단계(3상) 임상시험을 거치며 기대 만큼의 효능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신약 개발과 마찬가지로 정상적 과정을 밟는다면 백신 개발도 평균 5~10년, 수조원이 소요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다만 코로나19의 조속한 종식이라는 시급성 때문에 1, 2, 3상의 임상시험 일부를 동시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방법으로 개발 과정이 상당히 압축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김두진 박사는 8일 “치료제의 경우 이미 나와있는 약물의 용도를 바꾸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으로 백신보다 확보가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재창출’은 불가능하다. 바이러스가 다르고 항원 단백질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사람이 접종하는 백신의 경우 약효와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백신 개발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돼야 백신의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하는데 유리하다. 이와 관련 옥스퍼드대 연구 책임자인 애드리안 힐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초 목표로 상정한 올해 9월 백신 개발 가능 확률이 5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1만명의 지원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인데, 코로나19 확산세가 더뎌지고 있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르면 9월까지 백신 개발 가능성이 80%라고 자신했었다.

1단계 임상시험을 거쳤더라도 2, 3단계 임상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실제 코로나19에 노출됐을 때 감염이 안 되는지, 항체 유지 여부와 면역력 지속 기간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 노출 기회가 그만큼 줄어 검증 작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 힐 교수는 “이 경우 연구자들도 백신 투여로 유의미한 차이가 생겼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고 있는 나라들을 찾아 다음 단계 임상시험을 지속해야 하는 고충이 따르며 그만큼 비용과 시간이 더 들 수 밖에 없다.

이에 옥스퍼드대 연구그룹은 임상시험 지원자를 코로나19에 인위적으로 노출시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앞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이런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전문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빠뜨릴 부담이 따르고 윤리적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 백신 전문가는 “인플루엔자의 경우 치료제 타미플루가 이미 개발돼 있었다. 백신 접종 후 인위적 바이러스 노출로 감염이 되도 즉각 치료제를 쓸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시도가 가능할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백신은 안전성이 첫 번째 가치

백신은 안전성 확보가 첫 번째 가치로 꼽힌다. 치료제의 경우 감염된 환자에게 사용되므로 약효가 있다면 일부 부작용이 있어도 이를 감수하고라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은 어린이와 노인, 일반인 등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돼야 하는 만큼, 만약 부작용이 생긴다면 큰 후폭풍이 따를 수 있다. 김두진 박사는 “그래서 백신은 임상시험 승인이나 제품 인·허가 심사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더 엄밀히 본다”고 말했다. 실제 1960년대 개발된 영유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을 접종한 어린이의 감염이 더 악화돼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합성항원 단백질 백신의 경우 부작용인 ‘항체의존면역증강(ADE)’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ADE는 특정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가 오히려 바이러스의 감염을 돕는 현상이다. 프랑스 모 제약회사가 20여년에 걸쳐 개발했던 뎅기열 백신이 2017년 이 부작용을 일으켜 필리핀에서만 7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적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막기 위해 개발되던 단백질 백신에서도 ADE 문제가 수 차례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빠르게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ADE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 여부도 백신 개발에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이 개발돼도 이미 유행하는 시기가 지나 바이러스가 변이되면 소용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만9800개 유전자 염기서열로 구성돼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다수의 유전자 변이가 보고됐다. 우리 방역당국은 국내 환자로부터 얻은 유전자 서열 분석결과 현재까지 백신 개발에 영향을 미칠만한 유전자 변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종이 예상되지만 백신 개발 과정에서 수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칠용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면역학과 교수는 최근 과학단체 주관 온라인 포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약 3만개 되는데 그 중 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3개 정도로 보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 자체가 어렵지, 백신이 개발되면 변이되는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서 국내 첫 백신 임상시험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 로드맵에서 국산 백신의 연내 임상시험 개시, 내년 하반기 생산 목표를 밝혔다. 특히 합성항원 단백질 백신 1건(SK바이오사이언스)과 DNA백신 2건(진원생명과학, 제넥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임상시험 단계(동물실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국산 백신 후보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건 아직 없다.

다만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의 DNA백신(INO-4800)이 최근 한국 환자 대상 임상시험(1, 2상)에 대한 식약처 승인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이달 안에 시작한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처음이다. 19~50세 건강한 성인 자원자 4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1상)을 검증하고 이후 120명 대상 내약성과 면역력(2상)을 평가한다.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관계자는 “보통은 백신 접종 후 1년간 추적 분석하지만 이번에는 약 8주 관찰 후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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