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과 다산의 권고
연암과 다산의 권고
  • 박완규
  • 승인 2012.09.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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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조선후기 허위의식에 빠진 세태를 비판했던 연암(燕巖) 박지원은 대단한 애주가였다.

가난한 그의 아내는 연암의 음주량을 줄이기 위해 손님이 집에 올 때만 술을, 그것도 막걸리 딱 두 잔만 내놓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연암은 술 생각을 못이기면 집 앞을 지나는 낯선 선비를 억지로 집에 불러들여 아내가 술상을 내오게 했다는 일화가 전할 정도다.

이랬던 연암이 후일 술을 끊고 음주를 경계하는 글을 남겼다. 그의 절친한 친구 유득공에게 보낸 편지 글에서 드러난다.

"옛사람들이 술을 경계한 것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하겠소. 술주정하는 것을 가리켜 '후(朽)'라 한 것은 그 악한 행실(凶德)을 경계한 것이요, 술잔 '배(盃)'자는 '가득 채우지 말라(不皿)'는 뜻이고, 창(戈) 두 개가 그릇(皿) 위에 있는 것('盞')은 서로 다툼을 경계한 것이지요. 술 '유(酉)'부에 죽을 '졸(卒)'자의 뜻을 취하면 취할 '취(醉)'자가 되고, 살 '생(生)'자가 붙으면 술 깰 '성(醒)'자가 되지요. 우리들이 술 마시기를 즐기는 것은 옛사람들보다 더하면서 옛사람이 경계토록 남긴 뜻에 대해서는 어두우니, 어찌 크게 두려운 일이 아니겠소. 부디 이제부터 우리들이 술을 대하면 문득 옛사람이 글자 만든 깊은 뜻을 생각하고, 옛사람이 만든 술그릇 이름을 다시 돌아보도록 함이 어떻겠소."

다산(茶山)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글공부보다는 술을 좋아한다는 작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술을 경계하는 마음이 더 절실하다.

"술 맛이란 정말로 입술을 적시는데 있다. 소가 물을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털어 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느냐. 술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데 있지,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떨어져 버린다면 무슨 정취가 있겠느냐. …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시키거나 흉패한 행동은 모두 술 때문이다."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첨예화되어 가다 보니 애주가는 물론이거니와, 애주가가 아닌 서민들도 시름을 달래려고 부어라 마셔라 들이키고, 쌓인 감정을 분노로 표출하는 일이 빈번하고 습관성 알코올중독자가 유난히 많아지는 요즘이다. 연암의 반성에 걸맞는 음주와 다산이 권하는 주량에서 그치기란 쉽지 않겠지만, 과음을 경계하는 선인의 뜻을 새기며 술을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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