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食四季]㉒ 찬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 건강관리 유념해야
[木食四季]㉒ 찬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 건강관리 유념해야
  • 최재우
  • 승인 2012.10.0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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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食四季]㉒ 찬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 건강관리 유념해야

 
한로에 든다.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절기다. 한로(寒露)는 양력 10월 8일이 입기일(入氣日)이며 태양이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올 때다.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다.

옛사람들은 한로 15일간을 5일씩 나누어서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고려사(高麗史) 권50 지(志) 4역(曆) 선명력(宣明曆) 상(上) 2의 한로에 관한 기록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괘(卦)는 태(兌) 구삼(九三)이다.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노랗게 핀다(寒露 九月節 兌九三 鴻鴈來賓 雀入大水化爲蛤 菊有黃華).’ 라고 쓰여 있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다.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가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다.

한로는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으므로 중양절과 같이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아 잡귀를 쫓아내는 풍속이 있었다. 이는 수유열매가 붉은 자줏빛인데 붉은 색은 양(陽)색으로 벽사력(辟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서민들은 시식(時食)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데 좋다고 하였다. 가을에 누렇게 살이 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鯫魚)라 한 듯하다.

전통농경사회에서 자연현상에 의한 기후의 변화는 매년 농사에 중요했으며 정확해야 했다. 그래서 태양력을 이용한 이른바 24절기가 활용되었다. 음력이 윤달을 두어서 한 달씩 날짜가 밀릴 수 있다는 점에 비해 24절기는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농민들은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아는 것을 ‘철을 안다’고 했고, ‘철을 안다’ 든지 ‘철이 났다’ 하는 말은 소년이 성인이 되고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24절기를 사용했던 우리의 재래역법은 순수한 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이다.

한로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상강(霜降)과 함께 가을 절기에 해당되며 세시명절이라기 보다는 기후의 변화를 읽는 절기로 유용했다. 비록 농사와 관계없이 살아가는 도시민일지라도 이제 오는 가을과 함께 서서히 저물어가는 한 해를 생각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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