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에게 배우는 소통의 자세
한비자에게 배우는 소통의 자세
  • 최영진
  • 승인 2012.10.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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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면이래서 더 그런가. 요즘 어딜 가나 소통이 화두다. 대통령 후보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국민화합, 국민소통을 대전제로 삼고 있을 정도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소통이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대세가 되고 있다.

모름지기 소통의 출발은 상대방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에서 시작되고, 상대방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변화시켜 서로간 막힘없이 통하는 것이라 하겠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사상가인 한비는 한비자(韓非子)의 세란(說難)에서 유세, 즉 소통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나의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나의 언변으로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완전히 전하기 어렵다거나, 나의 의견을 충분히 납득시키기가 어려운데 있는 것도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은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의 마음 속 품은 뜻에 나의 의견을 맞추어 넣기가 어렵다”고 했다.

한비는 언변이 없었고 말더듬이였으나 명석한 두뇌로 매사를 글로 표현했으며, 그의 저서 한비자를 통해 사상과 논리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한비가 살던 한나라의 왕은 그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웃나라 진시황이 그를 등용하려 했으나 친구 이사의 질투와 모함에 의해 결국 죽임을 당한다.

한비는 죽기 직전 진시황을 만나뵙자고 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시황은 한비를 죽이라고까지 명한 것을 후회하여 살리도록 사자를 보냈으나 이미 그의 몸은 시체로 변해 있었다.

진시황은 “나는 한비가 ‘세란’ 한 편을 지어내고도 스스로 자신은 그 화를 면치 못했던 것을 슬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듯 한비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소통(유세)의 어려움을 후세에 알린 셈이다.

우리 선조들의 소통은 어떠했을까. 조선시대 상소문은 왕에게 올리는 진언인 만큼 고도의 기교가 요구되는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엄격한 문체로 견해가 제시되고, 현재의 정치상황을 분석해 잘못을 비평하는가 하면, 넓은 식견으로 비교우위의 대안을 제시했다.

불통과 소통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부러 생각을 바꾸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일부러’ ‘의도적으로’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기성세대는 세월이 흘러도 생각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진다.

내 입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해주는 마음, 상대방의 마음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가짐이 소통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사고방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 이것이 금세기 인류최대의 발견”이라고 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태권도연맹과 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 등 태권도를 대표하는 기구들이 태권도인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 어려움을 함께 체험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며, SNS를 통한 소통 채널 다변화와 조직 내부소통을 활성화하는 등 행정 전반에 걸쳐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종주국 태권도의 저력을 바탕으로 태권도인 화합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올림픽 영구종목화와  세계 네트워크 구축 등 태권도 기구가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형프로젝트 성공의 키워드는 태권도인과 진정성있는 소통을 통해 함께 누리고 함께 만들어 간다는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와 더불어 전세계 모든 태권도 단체가 태권도 동호인들과 동고동락하는 소통행정을 꽃피울 때 7천만 태권도인이 행복하고 감동하는 희망의 태권도 ‘글로벌태권도네트워크’가 영글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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