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에서 ‘가나다라…’를 배워요
[기고] 일본에서 ‘가나다라…’를 배워요
  • 니콜라
  • 승인 2012.10.2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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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에서 ‘가나다라…’를 배워요

외국에 살다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몇 세대에 걸쳐 사는 사람들 중에는 모국어를 잊어버린 경우도 흔히 있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해외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에 상관없이 우리말과 글을 알아야 되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은 바로 우리말과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적으로 외국에서 한글을 배우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다행히도 일본에서는 여러 기관에서 많은 한글학교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20여 년 전에 개설하여 일본 전역에 한글학교를 전파한 모태가 되는 곳이 동경한국학교부설토요학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동경한국학교부설토요학교는 현재 격주 토요일로 운영되며, 1993년 11월27일 교육 선각자들이 10여 명의 재일 동포 학생들을 모집하여 개설하여, 모국 교육의 기회를 접하기 어려운 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국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우리말과 우리 문화, 우리나라에 대해 가르치던 일본에서 처음 개설된 한글학교이다.

대부분의 재일동포 자녀들이 일본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민족교육의 기회도 그리 많지가 않다. 이 때문에 자라나는 세대들의 일본 동화(同化) 현상이 더욱 빨라져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또한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예전의 민족교육 방법만으로는 그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러한 민족교육의 위기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동경한국학교에서는 1993학년도부터 격주 토요일마다 실시되는 한글학교를 개설하여, 일본학교에 재학 중인 동포 자녀들에게 민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현재 28기 600여 명이 재학하고 있고, 지금까지 4천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동경한국학교부설토요학교는 2012년 현재 재학생이 600여 명에 이르러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지금까지 27기 4천 여 명의 수료자를 배출했고, 토요일에는 1천여 명의 학생,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와 공부하는 있으며, 교민 사회의 구심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리고 2001학년도부터는 학부모 교실도 개설하여, 학생들이 수업을 마칠 때까지 무료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던 학부모들에게 한국어, 도예, 자수, K-POP, 민요, 전통무용, 도예 등의 다양한 학급을 편성하여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4세 대상의 유아부와 5세 대상의 유치부도 개설하어 명실상부한 민족교육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동경청년상공회 후원으로 매년 11월에 인근 일본 학생들과 동경 지역의 다른 한글학교와 연합하여 본교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개최하고 있다. 운동 종목뿐만 아니라 김치, 불고기, 떡볶이 등의 한국 음식을 시식하고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한국 문화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갈 2, 3세 재일동포들에게는, 당당한 태도로 일본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족적 정체성을 확고히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족에 대한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경한국학교부설토요학교에 오시면, 외국에서 같은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민족교육을 받기 때문에 동포애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어 정서면에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고, 많은 한국 학생들을 사귐으로써 친구 의식을 넓혀 가며, 조국과의 거리를 좁혀 갈 수 있다.

그러나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한글학교지만 재정적, 행정적으로는 열악하기 그지없어 주변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데, 주변의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제2의 도약을 위한 혁신적인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바, 주위의 많은 성원과 지원을 바라마지 않는다.

본교가 세계 한글학교의 거점 학교로서 우뚝 서고, 재일동포 자녀들이 동경한국학교부설토요학교에서의 한글 공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를 품에 안을 수 있는 도전 정신을 키워간다면 재일동포의 미래는 물론, 대한민국의 앞날에 서광이 비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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