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종주국 자존심 버리고 외국에서 배워라!
<발언대>종주국 자존심 버리고 외국에서 배워라!
  • 니콜라
  • 승인 2012.11.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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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종주국 자존심 버리고 외국에서 배워라!

▲ 문양규 한국무예신문 기자
2012년 현재, 202여 개국, 8,000만 명이 수련중인 글로벌 스포츠, 태권도! 미국의 현 영부인이 전미 비만아동 퇴치프로그램의 주요 테마로 추천하고 시행중인 우월한 심신단련 운동종목인 태권도 역시 한류열풍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태권도를 더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종주국인 한국으로 찾아오는 외국인 태권도유학생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한 인도 유학생들은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동안의 환상을 모두 깨고 본국으로 귀향하고자 한다. ‘며칠 전, 한국에서 치러진 승품, 단 심사과정에 참석한 한 유학생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수천명의 응시자들과 관람객들이 뒤엉켜 시장을 방불케 하는 어수선함, 4~5분 만에 끝나버리는 유치원 재롱잔치 같은 응시자들의 한심한 실력 등이 그의 태권도 사랑에 제동을 걸었다.

인도에서 자란 유학생은 10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운 태권도는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했다. 운동을 시작한지 3년 만에 1단을 땄다. 그 후 10년 만에 한국에 와서야 2단을 딸 수 있었다. 어려운 태권도를 배웠다는 자부심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각 시도 협회의 자율 심사규정에 의해 두 달 혹은 세 달에 한 번씩 치러지는 태권도 승품, 단 자격심사 응시생의 국내 태권도 시장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반면, 일선 태권도장의 관장들은 매 심사 때마다 학부모들의 컴플레인에 몸살을 앓는다. 지역마다 수천명에 이르는 응시생들의 심사를 1품(단)부터 4품(단)까지 하루 만에 진행하려다 보니 짧은 심사시간 대비 긴 대기 시간, 진행요원 부족 등 효율적이지 못하고 전근대적인 대회진행으로 하루 종일 심사장에 있어야 하는 어린 응시자들이 많은 심사장은 항상 소란스럽다.

더욱이, 응시생들 중에서 성인들을 찾아보기란 매우 드물다. 어린 응시생들은 어른이 1단을 따러 온 것을 신기하게 본다. 한국에서 성인이 되어 태권도 1단을 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가진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혹은 어릴 때 안 따고 왜 이제 따는 지 의아해 한다. 한국에서 태권도는 무예가 아니라 어릴 때 따두는 수많은 자격증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자격증 따기에 급급한 부모들의 기호에 맞추어 자격증을 찍어내듯 남발하다 보니 이제 국내에서 태권도4품(단)에 대한 경외심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옆집 아무개도 가지고 있는 태권도 단증은 공무원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컴퓨터자격증과 비교될 정도이다.

학부모와 수련생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태권도 사범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가고만 있다. 더 이상 장래 희망을 태권도인이라고 말하는 수련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화된 태권도 품(단)증의 매력이 사라져 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물론, 태권도는 불과 50년 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대 문화의 하나로 선정되었고,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됨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무예이자 스포츠로서의 명성과 사랑을 받게 되어 한국과 태권도인의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그런 세계적인 위업의 달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의 태권도인과 현업에 종사중인 태권도 관장들의 위상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다.

「지난 36개월의 수련 기간을 거쳐 1품(단)을 보기 위해 선발된 50여명의 승품(단)심사 응시생들이 부모들이 100%참석한 가운데 심사를 보기 위해 대기 중이다. 타 도장의 관장들과 학교장등으로 구성된 심사 평가위원의 입장식으로 시작되는 심사과정은 경건하기 이를 데 없다. 관훈과 태권도인의 자세, 태권도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 등을 암기하는 것도 심사의 과정이다.

10여개 종목으로 구성된 심사 평가 종목은 심사위원이 응시생들의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며, 심사장에 참석한 학부모와 응시생들에게는 자존감을 고취시켜주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 사람이 거치는 심사시간은 대략 40분가량이 소요된다. 응시생들은 품(단)별로 복색을 달리함으로써 실력의 구분을 명확히 한다.

2분 3회전 실시되는 실전겨루기부문은 해당 심사자들이 반드시 사용해야 할 발차기 기술 등이 심사내용에 포함 되어있으며, 해당 기술 사용여부에 합격의 당락이 좌우 된다. (기술사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30여초면 끝나버리는 국내의 심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심사후 승품(단)결과를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

이상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태권도 승단심사과정이다. 주목할 점은 심사후 승품(단)결과를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점은 태권도가 학생의 신체 단련활동으로 학교체육과 연계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태권도 관장이 직접 심사위원들과 함께 심사를 주관하며 합격자를 결정하여 국기원의 품증과 띠를 수여한다는 점이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맞추느라, 태권도의 저변화를 위해...라는 등의 다양한 변명으로 태권도의 저급화를 양산해온 오늘 날의 지도자들은 다같이 책임을 통감하고 현실을 직시 해야만 하다. 외국에서는 태권도지도자들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사이, 오히려 국내에서는 태권도지도자들의 위상이 저하되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업에 종사중인 태권도관장들의 위상을 높이지 않고서, 태권도에 대한 비젼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21세기가 된 현재, 아직까지도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나친 관료화에 치우쳐 일정기간 수련한 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10여분도 되지 않아 끝난다는 점이 정작 실력 있는 태권도인의 자긍심을 저하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태권도 안에는 태권도가 없다'는 세간의 말이 왜 회자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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