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에 답하라
<특파원리포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에 답하라
  • 니콜라
  • 승인 2012.11.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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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에 답하라

최근 선관위의 집계에 따르면 해외에 머물고 있는 교민 중 약 9.7%만이 이번 대선에 부재자투표 신청을 했다고 한다. 낮은 부재자투표 신청률을 놓고 해외동포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은 신청과 투표를 위해 - 부재자 투표 신청의 경우 뒤늦게 이메일 접수도 받는 것으로 바뀌긴 했으나 - 두 차례나 영사관을 오가는 일이 외국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예 투표권이 없는 캐나다 시민권자도 꽤나 있어 내 주변엔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거나 못하는 한인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캐나다에 사는 한인들이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혹은 대선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비록 투표권이 없으면서도 늘 인터넷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사회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다른 나라에 살면서 정치 사회적 영역에서 더 확장된 시민권리와 사회복지 혜택을 경험하다 보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비교도 되고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가 보다. 또 한국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이고 다양한 시민들의 활동을 보면서 한편 부러움과 의무감을 느끼곤 한다.

인근 도시 미국 시카고에서는 ‘나는 꼼수다’ 공연이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 대선을 맞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 영화 ‘두개의 문’ 토론토 상영회 행사를 했다.

8만의 관객이 함께 보았다는 영화, 미국 시드니 파리에서도 상영회가 열렸다는데 우리도 함께 보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사업하는 사람, 학생들이 자기 시간을 쪼개 영화를 섭외하고 티켓을 팔고 홍보물을 만들고 준비하기를 한달 여, 드디어 11월 10일 토론토대학교 강당에 100여 명이 모여 함께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뉴스를 통해 막연히 생각하던 용산 화재 참사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전해 줌으로써 문상조차 가지 못했던 빚진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울렸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대학 신입생 시절 어느 교회지하실에서 보았던 광주 비디오의 두려움과 놀라움이 되살아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화재의 원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지옥처럼 끔찍한 작전이 명령되는 정치와 그런 명령이 수행되는 공권력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참석자들 대다수도 대선을 앞두고 꼭 기억해야 할 사건을 보여준 영화였다는 평을 나누었다. ‘MB의 추억’ ‘남영동 1985’를 비롯한 최근 잇달아 개봉되는 ‘되짚어보고 기억해야만 할 사건들’에 관한 영화도 함께 모여서 보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이 날 행사장에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제주 강정을 다녀온 회원이 배낭에 지고 온 제주 해군기지건설 반대운동 유인물이 돌려지고 여행 짐에 실려온 공지영의 책 ‘의자놀이’가 판매되었으며 생명평화대행진 중인 문정현 신부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어 공간적 거리를 좁히는 연대감을 맛보았다. 행사에는 한인 뿐 아니라 캐나다인들도 참여하여 함께 영화를 보고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이 보였다.

선거란 무엇일까? 문-안 후보의 단일화가 바라는 바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선거철이면 거듭되는 경마식 설문조사 결과 보도, 신발색깔 따위의 후보 신변잡기 뉴스는 우리가 선거해야 하는 이유를 망각하게 하는 장치다. 선거는 정권의 행적이 선명히 드러나고 심판되는 공간이어야 하고 잘못된 정치로 인해 고통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재생하고 귀 기울이는 시간이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왜 소중한지, 누구에게 우리의 목숨이 달린 권리의 집행 책임을 맡길 것인지 심사숙고 하는 기회여야 한다.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과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지는 대선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는 대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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