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거짓과 폭로의 대선전은 유권자마저 저질화시킨다
<데스크칼럼>거짓과 폭로의 대선전은 유권자마저 저질화시킨다
  • 최재우
  • 승인 2012.12.03 23: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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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거짓과 폭로의 대선전은 유권자마저 저질화시킨다

 
우리나라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자기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허물만 들춰내 흉보는 것에 빗댄 말이다. ‘숯이 검정 나무란다’는 말도 같은 말이다. ‘제 흉 많이 가진 놈이 남의 흉 잘 본다’는 말은 선거판에 적용해 봄 직한 말이다. 선거 때 남의 허물을 뒤적이는 발작 증세는 이제 가히 고질적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허물 찾기에 경쟁적이다. 허물을 잘 들춰내는 쪽이 선거에 이긴다면 선거망국론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공식화되자 한 후보는 상대방을 ‘구태’로 몰아붙이고, ‘과거와 싸우려는 세력’으로 단정하면서 기선을 잡았다. 상대방은 ‘일대일 맞대결 구도가 됐으니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운을 떼었지만, 그 입에서도 독설이 아니 나올 수가 없다. 자기반성을 위해 사용된 ‘폐족’이란 말이 상대방에 의해 공격무기로 둔갑되자, 내가 독재와 싸울 때, 독재자의 지근거리에서 헌법과 인권·민주주의 유린에 동참한 것이 ‘유신공주’ 아닌가 하는 독한 소리가 나왔다.

5년 전 심판받은 정권을 다시 끄집어내어 부관참시하듯 선거판을 이끌어가겠다면 공격하는 측도 역공을 각오해야 한다. 이전투구는 한쪽만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것이 아니다. 약자를 짓밟으려면 강자는 자기 속옷까지 찢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니 유신 독재 이야기가 아니 나올 수 없다. IMF를 불러와 이 땅에 중산층을 쓸어버리고 수많은 기업을 앗아가도록 만든 그 정권은 어디로 갔으며, 차떼기 정당으로 ‘명성’을 날렸던 그 부패는 어느 정치세력과 관련되어 있는가. 차별화를 위해 당명까지 고쳤으니 MB정권의 반민주 반통일 반인권 반생태의 실정에 무관하다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작태다. 그러고도 정권을 또 달라면 이건 후안무치다. 거기에다 ‘올드보이들’이 여당 후보의 대통합 정신에 감읍, ‘지지’로 몰리는 꼴은 스스로 ‘폐족’임을 자인하는 듯하다.

정당은 공약을 바로 알리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한다. 선거가 허물 들추기로 전락한다면, 이건 지도자 세우기가 아니라 시체 파헤치기다. 유권자들은 설득력 있는 정책과 그 정책을 실천할 후보자의 철학과 자질, 능력과 리더십을 알고 싶어한다. 선전과 구호로 포장된 정책이 아니라 조밀하게 다듬어지고, 후보자에 의해 숙지, 설득될 수 있는 그 정책 말이다. 정책과 후보가 유권자에 의해 검증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미사여구로 포장된 정책이 아니라 장삼이사까지도 그것이 실천가능한 것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진위와 가능성 여부를 검증하는 정책토론이 꼭 필요하다. 빡빡한 유세일정 때문에 토론을 못하겠다는 공당 대변인, 겸연쩍은 모습으로 발표하는 걸 보면 그래도 양심이 있다는 걸까. 토론만큼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효과적인 유세가 어디 있는데.

토론이 실종되니 상대방의 비리나 들춰내려는 폭로전이 작동한다. 여당이 이를 주도하는 듯해서 안타깝다. 남의 비리를 들춰내려는 데 열중하는 것은 내 비리를 은폐하려는 선수에 다름 아니다. 폭로에 매달리는 것은 또 유권자의 건전한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숨겨진 의도도 있다. ‘카더라’식의 폭로와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은 선거판의 공적이다. 잦은 폭로가 언론 지원까지 받게 되면 유권자들의 판단을 마비시키는 독약이 된다. 선관위는 이런 걸 때려잡아야 한다.

거짓과 폭로의 선거판, 유권자마저 저질화시키는 범죄적 행위다. 공약은 토론과 검증을 통해 유권자의 밥상에 올려져야 한다. 공당은 여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검증절차 없는 공약은 공약(空約)이다. 각 정당이 유권자에게 제공해야 할 질 좋은 서비스는 폭로가 아니라 검증을 통한 진실공약 알리기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유권자를 우롱하는 폭로선거는 중우정치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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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동 2012-12-14 01:05:52
초지일관 태권도의 정도지향을 바랍니다.

김갑수 2012-12-06 03:30:37
이기백대표님!!!-박완규주필!!
멋진 말씀에 존경을 표합니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힘내새요!!!화이팅!!! -김갑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