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태권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데스크칼럼] 태권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 박용수
  • 승인 2013.02.15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칼럼] 태권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 치고 태권도(跆拳道)를 모르는 이는 없다. 어려서 검은띠를 목표로 태권도장을 들락거린 경험이 없는 사람도 드물다. 남성들은 군에 입대하면 필수적으로 태권도를 연마해야 한다. 태권도 전용경기장인 국기원(國技院)은 전 세계 8천만명을 헤아리는 태권도인에게는 성지(聖地)다. 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을 찾는 인구는 극소수다.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암표를 구매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은 무료입장이어도 관중석은 텅 비어있다. 기껏해야 선수와 그 가족들만이 자리를 지키며 뜬금없는 파이팅을 외친다. 이렇듯 무관심하지만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선수와 태권도 관계자들은 역적이 된다.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비난은 들을 만하다. 일부 네티즌은 육두문자를 섞은 욕설과 함께 선수와 협회를 매국노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태권도가 올림픽 퇴출이라는 극단적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태권도를 올림픽 핵심 종목(Core Sports)으로 선정했다. 당초 레슬링 등과 함께 퇴출 유력종목으로 꼽혔던 위기에서 벗어나 올림픽 영구종목이 됐다는 의미다. 태권도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200개국에 가까운 국가들에 보급되고 유단자만 1천만명을 자랑한다. 하지만 발차기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과 편파판정, 한국선수들의 메달 싹쓸이 등으로 퇴출위기에 시달렸던 태권도였다. 우리가 4년마다 관심을 갖는 사이 태권도가 많이 변했다. 우선 점수제가 달라져 경기에 박진감이 넘친다. 얼굴이나 머리를 가격하면 4점을 획득해 언제든지 역전승이 가능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전자호구와 비디오 판정은 그동안 한국에 유리했던 판정을 바로잡아 공정성을 확보했다. 금메달을 한국이 휩쓸던 호시절도 지나갔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는 태권도에 걸린 8개의 금메달을 8개국이 골고루 나누어 가졌다. TV를 통해 전해지는 일부 외국 선수들의 수준은 이미 우리선수들을 압도하기도 한다. 진정한 세계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제 태권도는 진화를 꾀해야 한다. 싸움기술의 스포츠가 아니라 세계인들의 정신수양을 책임질 무도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하여 세계인이 당연히 닦고 즐기는 세계문화유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