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기나긴 죽음의 세월 속에 누구를 만나게 될까 두려워 죽음에 다가서는 것이 두려웠다.
기나긴 인생의 삶에서도 누구를 만나서 평생을 같이 걸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두려움은 오히려 살아있기에 더욱 가슴을 죄어오고 또 누구를 만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기에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젊은 날에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한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올바른 진리를 터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젊은 날에 좋은 친구를 만나야 바른 길을 갈 수 있고 평생 서로 의지하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친구는 서로 마음의 진실한 벗이 되어 무엇이든지 마음 문을 터놓고 의논도 하고 충고도 하면서 서로가 잘 되는 길을 일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벗은 낙엽지는 가을에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의 행렬처럼 외로움의 눈물들을 같이 뿌릴 수 있다.
봄 날 무수히 피어나는 산골의 진달래처럼 생동의 환희를 느껴 감격의 즐거움에 서로 손잡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보다도 더 소중한 젊은 날의 만남은 진정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이다.
사랑하는 이와 만나게 되는 일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도 하고 새사람으로 태어나게도 하고 죽음의 세월을 살아가게도 하는 것이다.
내 곁에서 살아가는 이웃의 한 부부는 우연하게 버스에서 만나서 결혼하여 살고, 다른 이웃은 교회의 성가대에 끼어 있다가 서로 만났다.
건너 집 쌀가게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시장 한 가운데에서 순대를 사먹다가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결혼해서 살고 있다.
예컨대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만나게 되는가는 새로운 삶을 낳게하는 한 매듭이 된다.
그러나 오늘의 세태는 만남 그자체만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팅은 지극히 합리적인 만남의 시도지만 속을 알 수 없이 겉만 보고 만나야 하는 어리석음이 담겨있다.
무도장에서 서로 쳐다보고 춤을 추지만 관능의 몸짓이 서로를 교감시킬 뿐 기나긴 삶의 행로에 한 가닥의 의미도 주지 않는다.
이러한 만남은 오로지 이기적인 자기의 필요성에 의해 인간을 만나기 때문이다.
배고플 때 밥을 찾듯이 필요조건에만 의존하는 만남은 진정한 삶을 샘솟게하는 인간끼리의 교감을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淸河Essay] 만남이라는 의미에 관한 소고Ⅰ
저작권자 © GTN-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