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길을 걸어야 할 태권도와 택견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할 태권도와 택견
  • 니콜라
  • 승인 2012.07.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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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길을 걸어야 할 태권도와 택견

▲ 이용복 대한택견연맹 회장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이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무예로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국민적 자부심을 가질만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전 세계가 택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택견을 모체로 발전했다고 알려진 태권도와 택견의 관계에도 부쩍 관심이 쏠릴 것이다.

실제로 택견과 태권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83년 택견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1968년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태권도를 문화재로 지정받으려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ITF는 태권도가 택견을 계승하였다고 주장하며 태권도를 문화재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문화재 당국은 태권도가 원형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정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택견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유일한 조선시대 택견꾼 송덕기(1893~1987)를 문화재보유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이어 태권도지(誌) 1971년 가을 호에 송 옹에 대한 기사가 났고, 이를 본 신한승(1928~1987)선생이 송 옹을 찾아가 택견을 전수받고, 택견의 문화재지정에 나섬으로서 택견의 문화재지정이 이루어 졌다. 택견의 현대화 역시 태권도지도자 출신인 필자가 태권도의 원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송덕기, 신한승 두 분으로부터 택견을 배운 것이 계기가 되었으니 택견과 태권도는 몇 겹의 연(緣)으로 얽혀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태권도가 택견이 모체라고 하는 주장이나 택견에 가탁한 태권도의 기원설은 그 논리가 매우 빈약하다. 태권도계의 주장대로 태권도가 택견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 한 줄기라면, 소멸 위기에 놓인 고유문화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하는 무형문화재에 택견이 지정된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또, 대한체육회 가맹을 추진하는 택견에 대해 태권도가 ‘동일종목 이중가맹’이라며 반대했지만, 지금 택견은 대한체육회 정 가맹종목이고 금년부터 전국체육대회종목이 되었다. 더구나 스스로 자신의 모체라고 주창해온 택견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는데도 ‘소 닭 쳐다보듯’ 하는 태권도의 태도도 당찮은 일이다. 이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권도가 해명을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태권도계는 2013년 IOC 총회에서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종목지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국민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올림픽 잔류를 희망적으로 보지만, 그렇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올림픽 종목의 문턱에 와있는 가라테는 태권도와 동시 채택이 어려워지자 최근 수 년 동안 태권도의 가라테 기원설을 퍼뜨리며 태권도의 정체성을 문제 삼고 있다. 중국의 우슈도 태권도를 비롯한 동양무예가 우슈에서 기원했다며 이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한 술 더 떠 IOC에 가맹된 WTF가 아닌 ITF가 태권도의 주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제사회에서 “태권도가 택견인가? 그럼 태권도도 인류무형유산인 것이냐?” 라는 질문이 쏟아지게 생겼다. 이에 대한 답변은 태권도가 올림픽 영구종목으로 남는데 노둣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비단 태권도뿐만 아니라 세계무대로 나아가려는 택견의 입장에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필자는 택견중흥을 위해 뛰어다니던 지난 28여 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늦기 전에 태권도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연구를 택견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고, 양자의 협력을 통해 택견과 태권도가 함께 세계 속에서 새롭게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태권도는 택견이 ‘태권도의 박제’로서 가만히 있어주기를 바라기나 할 뿐 필자의 제안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역사성과 예술성, 실용성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 택견은 결국 독자적인 현대화를 이루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전국체전종목, 수십만 동호인을 보유한 생활체육 주 종목인데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인류무형유산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택견이 태권도를 위해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런데도 아직도 태권도계 일부는 택견에 대한 반감이나 경계심을 지우지 않고 있고, 택견의 독자적인 발전을 백안시하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와 택견의 상호협력은 신속히 추진되어야 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둘 사이에 얽힌 불가분의 관계는 물론이고, 두 종목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1996년부터 세계화를 추진해오고 있는 택견은 거대한 태권도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태권도는 택견과 함께함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두 종목이 보유한 사회적 자본에 시너지효과를 부가하는 것으로서, 국익을 위하는 일이고, 문화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따라서 두 종목은 상생을 목표로 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당장에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종목 선정을 위해 택견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사실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종목선정을 위해서, 태권도와 택견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기웃해진 고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자랑스러운 조상의 무형유산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서 태권도가 택견과의 공조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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