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열풍,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②] 최성준 YG엔터테인먼트 이사
[K-POP열풍,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②] 최성준 YG엔터테인먼트 이사
  • 이상철
  • 승인 2012.07.0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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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열풍,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②] 최성준 YG엔터테인먼트 이사

무조건 남들 따라가지 않고, 내공 쌓고 때를 기다려…양현석 사장은 경영 관여 안해

▲ YG엔터테인먼트의 최성준 이사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가 돼야 한다."

시간의 지배를 받는 트렌드가 아닌 그 자체에 신뢰가 쌓이는 브랜드로 남아야 한다는 말이다. 짧은 시간 팽창일로를 걷고 있는 K-POP에 이 보다 적절한 말도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빅뱅과 2NE1 여기에 세븐ㆍ거미ㆍ싸이까지 YG 소속 가수들의 스타일은 확고하다. 하나의 브랜드로 칭할 만하다. 남들과는 다른 개성이 넘치고 주변을 기죽게 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유별나고 거침없는 이들이 최근 K-POP 붐의 주역이 돼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해외 시장과 전략 기획을 총괄하는 최성준 이사를 만난 것은 하루가 다르게 세계로 뻗어나가는 YG 그리고 K-POP의 내일을 묻기 위해서였다.

마주한 그는 2년 넘게 지켜본 YG만의 스타일을 한 문구로 정리했다. 바로'올 오어 낫씽'. 완벽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아니 완벽한 준비가 될 때까지 시장에 콘텐츠를 올리지 않겠다는 자존심과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확신이 설 때 제대로 하는 게 YG의 스타일이죠. 남들 한다고 따라가지 않아요. 내공을 쌓고 때를 기다리죠. 해외 진출 시기도 다른 회사에 비해 늦었다는 말이 많지만 아꼈다는 표현이 맞아요."

최 이사가 처음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발을 내디딘 것은 아니다. 서울대와 동 경영대학원을 거친 그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창업투자사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맨'이었다.

"애널리스트 시절은 한 기업의 가치를 평가했다면 창투사 시절에는 산업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어요. 어떤 분야가 성장하는가를 미리 예측하고 투자해서 이익을 보는 일이었죠. 그 때 눈에 들어왔던 분야가 콘텐츠비즈니스였어요. 지난 10년이 IT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콘텐츠미디어의 시대가 될 거라는 판단이 섰죠. 그런 관점에서 현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선택은 후에 엠넷미디어로 규모를 키운 CJ미디어였다. 2004년부터 종합콘텐츠미디어그룹에서 방송과 음악 그리고 영화의 제작과정을 지켜보고 전략기획을 마련하며 콘텐츠비즈니스에 눈을 뜨게 됐다. 기업과 산업을 조망하다 현업인 미디어 그룹으로 뛰어든 그는 2009년 아예 원천 콘텐츠를 생산하는 YG에 합류했다.

그의 합류와 함께 YG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소극적이란 평가를 듣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양군기획은 지난해 매출액 625억 원의 상장사가 됐다. 지난해 에이벡스와 손잡고 일본에 합작 레이블을 론칭했고 최근에는 홍콩에서 YG아시아를 설립했다. 세계적인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빅뱅의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추진된 모든 일들에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한 단계 더 내려온 거죠. 콘텐츠를 생산하는 최전선에 온 거니까요. 2009년 말 YG 직원이 50명 수준이었어요. 이제 180명이 넘죠. 2년 반 만에 인원수가 3배 커지면서 매출도 그만큼 성장했어요. 그 동안 다져온 YG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시점에 제가 합류하게 된 것 같아요."

YG가 '수장' 양현석 사장의 절대적인 지휘 아래 운영되는 1인 기업이 아니냐는 편견을 묻는 다른 화법이었기 때문일까. 밖이 아닌 안에서 보는 YG의 분위기를 묻자 최 이사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 지점 때문에 입사 당시 만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기다렸다는 듯 그가 꺼내든 키워드는 분업과 융화였다.

"(양 사장은) 경영에 대한 부분에 대해 전혀 관여 안 하세요. 믿고 맡기는 분위기죠. YG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분업이 아닐까 해요. 또 하나를 찾자면 융화죠. 갖춰진 시스템과 개별적 구성원이 조화를 이뤄야 하죠. 예를 들면 신인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조직화된 시스템과 좋은 재목을 찾아내는 안목 있는 사람, 둘 다 중요한 거죠."

물론 일사천리로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빅뱅 멤버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회사 전체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최 이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 회사를 택한 것을 후회하기 보다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사장'이 아닌 '인간' 양현석에 대한 그의 믿음이기도 했다.

"회사에 어려움이 닥치면 오너의 중요성이 커지기 마련이죠. 지난해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끝까지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회사에 오길 잘했다 싶었어요. 그리고 하루 24시간을 오너가 회사에서 음악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생겼죠."

YG의 주요 부서 팀장은 30대 초반이다. 양현석 사장를 제외하고 40대 들어선 그가 최고 연장자다. 그만큼 젊고 활기찬 조직이다. 물론 콘텐츠의 힘을 믿으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열정으로 달려온 그 역시 여전히 젊다. 이제 YG라는 새로운 동력을 받아 시대를 관통하고 흐름을 아우르는 전략과 기획이 기대되는 이유다. YG만의 힘을 말하는 그의 눈에 빛이 더했다.

"연습한 것을 보여주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즐기는 것이 기본이에요. 연습 과정은 즐기기 위한 준비인 셈이죠. 모든 일을 잘 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마인드로 접근하기 때문에 그 즐거움이 소비자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게 YG의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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