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우리말에 침투한 일본어와 영어의 실태
[논평]우리말에 침투한 일본어와 영어의 실태
  • 니콜라
  • 승인 2012.07.09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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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우리말에 침투한 일본어와 영어의 실태

 
우리말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어원이 한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신라시대 이두의 사용부터 시작해서 조선말에 이르기 까지 한자는 우리말 형성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일제 식민 통치와 미국 의존적 시대를 살아 오다 보니 우리말 속에 일본어와 영어가 스며들었다.

건국이래로 국어 순화 운동과 국어 맞춤법 개혁을 몇 차례 겪다 보니 우리말을 문법과 맞춤법에 맞추어 정확히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외국어와 외래어의 영향으로 더욱 혼동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신시절 외래어를 쓰지 말고 한글로 쓰자는 운동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에서 축구도 이를 실천하여, '코너 킥'을 '구석 차기'라고 불렀다. 하지만 10. 26은 많은 것을 원위치(?)로 돌려놓았고, 한글 쓰기 운동도 그 중에 하나이다.

빼앗긴 나라를 찾은 지 60년이 지났지만, 그 잔재(legacy)는 언어에 많이 남아 있다. 얼마나 일본 식민 잔재가 우리 언어 깊이 스며들어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중에 하나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사람이 아닌 광복 후 세대인데도 달리기 할 때, "요이 땅"이라고 하는 것인데, 요이는 일본어로 '준비'라는 뜻이다.

사실 제 3공화국 때 외래어 쓰지 말자고 외쳤어도 일본어 퇴치 운동은 일본 문화와 일본 교육에 깊은 젖어 있던 인물들이 나라를 이끌던 시절이었기에 아예 생각조차 못했다. 10. 26의 중심인물 김재규 전 정보부장도 수시로 일본어로 중얼거리는 것이 습관이었고, 박대통령도 청와대 밖의 세상은 일본가요, 일본 영화 드라마가 금지인데, 청와대안에서 일본 영화를 즐겨봤다.

우리말이 존재하는 데도 일본어 식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을 보자.

가처분→임시 처분
각서→다짐글,약정서
간수→교도관
격자문→창살문
견습→수습
견적→어림셈,추산
결석계→결석 신고서
계주→이어달리기
고수부지→강턱
고지→알림,통지
고참→선임자,선참자
공장도 가격→공장값
구좌→계좌
기라성→빛나는 별
기합→혼내기,벌주기

납기→내는 날(기한)
납득→알아듣다,이해
내역→명세
내외→부부
대금→값,돈
대하→큰새우,왕새우
도료→칠,칠감
도합→합계,모두
매립→메움
매점→가게,구멍 가게
백묵→분필
부락→마을
부지→터,대지
불하→매각,팔아버림

사물함→개인 보관함
사양(仕樣)→설명,내용,방법
상오(上午)→오전
생애→일생,평생
석식→저녁밥
선착장→나루터
세대→가구,집
세면→세수
소하물→잔짐
수당→별급
수순→차례,순서,절차
수취인→받는 사람
승강장→타는 곳
시말서→경위서,전말서
식구→가족
식상→싫증남,물림
이문(利文)→이익
측간→변소

이처럼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도 일본어 식으로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 속에 있는 일본어의 잔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의 침투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자.

안 어울리는 멋을 부리면, '폼 잡는다'는 속어가 있는데 여기서 폼이란 영어의 form(모양, 형태)을 가르키는 말이다. 사진 찍을 때, '포즈를 취하다'에서 포즈는 영어 포즈(pose)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좀 둔하거나, 눈치가 없을 때 "센스가 없다"고 한다. 이 또한 센스(sense)도 감각을 뜻하는 영어이다. 이 정도 표현은 영어를 안 배운 사람도 자연스럽게 쓰는 '영어 식 우리말'의
예에 불과하다.

대학 강의 중에 영어 섞어서 말하고 한자로 표시하고 해서 지식층이란 인상을 심어준다고들 믿는다.
이러한 경향은 정부 정책도 기획안 또는 계획 대신 '로드 맵'이나 '그랜드 바겐'같은 정책 기획에서 쓰인다.

이쯤 되면 일본식 우리말과 함께 영어식 우리말의 심각성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영어 식 우리말에 대해서 뭐라고 거론하기에는 대세가 그러니 그 대세를 역행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의 현실이다. 과연 한국의 새로운 지도자가 우리말의 순수성에 애착을 표하지 않는 이상, 몇몇 국문학자와 단체들의 운동으로는 대세를 전환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화에 순응하면서도 순수한 우리말을 살리는 운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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