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런던올림픽] ③ 양궁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런던올림픽] ③ 양궁
  • 이상철
  • 승인 2012.07.09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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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런던올림픽] ③ 양궁

런던 올림픽 양궁에는 남녀부 개인전과 단체전 등 금메달 4개가 걸렸다.

한국의 목표는 세계 최강의 지위답게 전 종목 석권이다.

양궁은 기본적으로 기록 종목이지만 토너먼트로 치러져 박진감이 대단하다.

경기 규칙과 경기장 안팎에서 통용되는 상식을 알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한국은 '공공의 적' = 양궁은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도입돼 1920년 앤트워프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다.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남녀 개인전이 정식종목으로 들어왔다가 1988년 서울 대회에서 남녀 단체전이 포함됐다.

개인전은 많은 화살을 쏘아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우열을 가리다가 관중과 중계방송 시청자의 흥미를 돋우려고 방식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선수들을 절반씩 탈락시키며 결승까지 가는 탈락제, 일대일로 맞붙어 결승전까지 가는 토너먼트제, 토너먼트에서 기록 합산 대신 세트 승점으로 우열을 가리는 세트제 등이 차례로 도입됐다.

높은 점수를 안정적으로 내는 선수를 많이 보유한 국가가 메달을 독식하지 않도록 승패에 우연의 여지를 키우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해왔다.

이를 놓고는 1980년대 이후 무적을 자랑하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양궁연맹(FITA)의 책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어쨌거나 한국이 다른 여러 나라의 부러움과 증오의 대상인 것은 확실하다.

한국은 처음으로 출전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7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26개 가운데 16개(61.5%)를 챙겼다.


◇세트제 매력에 빠져보자 =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부각되는 제도 변화는 개인전 세트제의 도입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2발씩 쏘아 기록 합산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개인전이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는 한 세트에 3발씩, 최장 5세트까지 맞대결을 치러 세트 점수가 높은 선수가 승리한다.

한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주고 세 세트를 연승해 6-0으로 앞서는 등 남은 세트의 의미가 없어지면 해당 경기는 종료된다.

예전에는 7점 이하 실수발이 나오면 그대로 경기를 포기했으나 이제는 실수가 해당 세트에 국한돼 선수들은 끝까지 긴장한다.

마지막 5세트까지 동점이면 한 발을 추가로 쏘아 과녁의 중심에서 더 가깝게 화살을 꽂은 선수가 이기는 슛오프에 들어간다.

세계랭킹 1, 2위를 다투던 선수들의 실제 맞대결을 복기해 보면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김우진은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세트 승점 6-5(28-27 29-30 29-29 29-28 28-29< X10-10>)로 이겼다.

김우진은 1세트를 따내 2-0으로 앞서다가 2세트에 패배해 2-2로 동점을 허용했다.

3세트에서는 비겨 승점 1씩을 추가해 3-3 접전을 이어갔다.

김우진은 4세트를 가져와 5-3으로 앞서 마지막 5세트에 비겨 1점만 얻어도 이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엘리슨은 포기하지 않아 정규 세트는 5-5 무승부로 끝났다.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서 엘리슨이 10점 만점을 쏘고 승리를 확신했으나 김우진은 10점 과녁 가운데서도 중심에 더 가까운 X10(엑스텐)을 맞혀 승리했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 = 한국은 개개인 기량이 세계 정상급이라서 개인 메달을 두고 다툴 선수들이 모여 단체전에서 호흡을 맞춘다.

남녀부 선수 모두가 경쟁심과 조직력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협동심을 발휘하고 나서 서로 다투게 된다.

남녀부 단체전이 각각 7월 28일(이하 현지시간)과 29일에 끝나고 30일부터 개인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체전은 출전자 3명이 엔드당 2발씩, 4엔드 24발을 쏘아 기록 합계로 승패를 가린다.

코치진은 출전자 3명의 발사 순서를 조합하는 데 따로 공을 들인다.

선수 성향에 따라 역할 분담이 있고 분업의 숙련도가 경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남자 대표팀은 김법민→임동현→오진혁, 임동현→김법민→오진혁 등 두 안을 검토하고 있고, 여자 대표팀은 이성진→최현주→기보배의 순서를 확정했다.

첫 번째 궁사는 슈팅 타이밍이 빨라 남은 두 선수에게 제한시간의 여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풍향과 풍속 등을 파악, 동료에게 알려줘야 한다.

두 번째 궁사는 앞뒤 선수들을 잘 아울러야 하고 고득점으로 승기를 보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 번째 궁사는 차분하고 안정적 득점으로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기록을 잡아라 = 승패에서 경쟁 요소가 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챔피언에 못지않은 영예가 기록 경신이다.

개인전에 세트제가 도입돼 개인전 12발 합계 기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개인전과 단체전 대진을 결정하는 랭킹라운드(순위경기)와 단체전 토너먼트에서는 기록 수립의 기회가 있다.

랭킹라운드는 70m에서 72발을 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합계 점수가 높은 순서로 개인전 토너먼트 1∼64위를 정하고 같은 국가 선수 3명의 점수를 더해 단체전 토너먼트 1∼16위를 매긴다.

세계기록을 세우면 명예와 함께 실리도 따라온다.

랭킹라운드 1위 선수는 64강전에서 64위, 32강전에서 32위나 33위, 16강전에서 17위 이하, 8강전에서 8위 이하, 4강전에서 4위 이하와 맞붙어 결승행 가능성이 높다.

단체전 1위국도 16강에서 16위, 8강에서 8위나 9위, 4강에서 4위 이하와 대결해 결승까지 난적을 피할 수 있다.

올림픽에서 수립이 가능한 세계기록은 모두 한국 선수들이 보유하고 있다.

남녀부 랭킹라운드 개인 72발 세계기록은 각각 임동현(696점)과 박성현(682점), 단체 세계기록은 각각 오진혁·김우진·임동현(2천69점), 박성현·이성진·윤미진(2천30점)이 갖고 있다.

단체전 남녀부 토너먼트(24발) 기록은 오진혁·김우진·임동현(233점), 박성현·윤옥희·주현정(231점)이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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