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春秋] 산적한 국회 현안 처리가 우선이다
[시사春秋] 산적한 국회 현안 처리가 우선이다
  • 박완규
  • 승인 2014.02.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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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와 민심을 저버린 민주당의 무리한 장외집회 행보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관철과 간첩조작사건 규탄대회 및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3대 요구안의 수용을 여권에 촉구했다.

기자회견 형식으로 열리긴 했으나 작년 11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대여 투쟁의 일환으로 서울광장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한 지 3개월만에 다시 선보인 장외 집회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년(25일)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여 공세의 호재를 앞에 둔 민주당으로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집권여당과의 협상이나 절충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땐 장외에서 선명성을 과시하는 것이 야당으로서 취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더욱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부터 안철수 신당인 새정치연합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서 제1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장외 정치의 필요성을 느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면 민심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작년 한 해 내내 민주당의 간헐적인 장외투쟁 속에 계속된 정치공방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국정원 댓글 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 작년 정기국회를 허송하다시피한 정치권이다. 2월 임시국회에도 기초연금법안을 비롯해 관광진흥법안, 금융소비자보호법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쌓여 있다.

김한길 대표가 올해 들어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로 잇따라 정치혁신안을 내놓은 데는 국민의 마음을 돌려보겠다는 충정이 담겨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국민의 눈 높이에 맞춰 국회의원의 여러 특권을 내려 놓겠다"는 민주당의 신년 다짐이 적잖이 기대를 모은 것도 사실이다.

2월 임시국회가 정치혁신과 특권포기 다짐의 진정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장(場)으로 여겨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오늘 장외 집회는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산적한 현안을 놔두고 장외에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민심을 붙잡을 순 없는 것이다.

민주당의 장외 집회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책임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간과할 일은 아니다. 야당이 오죽하면 늦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거리로 몰려 나갔는지 짚어보고 타협의 정치를 궤도에 올려놓을 방도를 강구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야당과의 대화는 뒷전이거나 야당을 원내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노정한다면 '불통(不通) 정치'를 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신년회견 등을 통해 내놓은 쇄신 다짐이 공허한 제안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야당과의 부단한 대화와 접촉이 뒤따라야 한다. 작년에 할 일을 제대로 못한 정치권이 올해에는 연초에 국민에게 한 약속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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