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春秋] 안철수 '새정치연합'에 바란다
[시사春秋] 안철수 '새정치연합'에 바란다
  • 박완규
  • 승인 2014.02.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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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작업이 그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안철수 신당 창당준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가 17일 '새정치연합'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어 당명을 새정치연합으로 의결하고 창준위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운영위원장에 안 의원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안 의원은 인사말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 정치가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새정치연합은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 틀을 만드는 정치를 하며 삶의 정치, 국민을 묶어내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창당절차가 끝나면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아성을 깰 인재 영입에 나선다고 한다. 앞으로 새정치 이미지에 걸맞은 참신한 인재를 얼마나 끌어 모으느냐에 따라 새정치연합이 현실정치에서 발휘하게 될 파괴력의 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창당을 하기도 전에 높은 인지도와 지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안철수 신당이 보여준 결과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앞으로 보여줄 역할이나 과정에 대한 기대의 성격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열풍처럼 휩쓴 안철수 바람이 신당 창당을 계기로 이번 지방선거전에서 다시 한번 몰아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신당에 대한 높은 기대가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구태와 정쟁이라는 틀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고 생활 정치를 갈구하는 민심의 요구일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떤 인물과 콘텐츠로 민심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신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릴 개연성이 크다.

기성정치와 얼마나 차별화하느냐가 신당의 앞날을 결정짓는 관건일 게다. 당파적 이해에 매몰돼 정쟁을 일삼는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하면 새정치 구호는 허망한 외침에 불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협에 기반한 상생의 정치, 민생을 돌보는 생활의 정치, 갈등을 극복하는 믿음의 정치를 현실에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신당이 표방하는 새정치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신당이 내건 새정치는 성공할 수도 없다. 추상적인 구호에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 오랜 유물처럼 우리 정치에 드리워진 지역주의의 틀을 타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기득권 중심의 양당제 구도를 허물지 않고는 새 정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로 비칠 수 있는 탓이다.

창당발기인의 면면은 신당이 현실정치에서 보여줄 새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가늠케 할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오늘 공개된 창당발기인 명단에 정·관계, 시민사회, 언론·법조·노동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각계인사 374명이 이름을 올렸으나 새정치연합측의 설명대로 참신성과 전문성을 높이 살 수 있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기성 정당에 몸담았거나 이 당 저 당을 옮겨 다녔던 인물, 무게감과 참신성이 떨어지는 경량급 인사들이 각계의 대표급으로 공개된 점은 인재영입에 한계를 보였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새정치를 실현하는데 걸맞은 인물을 두루 발굴해 국민 앞에 선보이는 치열함을 보여주지 못하면 겉으로는 그럴싸 할지 몰라도 거품이 터지기 마련이다. 안 의원은 자신이 바로 새정치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거친 풍랑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의 순조로운 출항을 기대할 수 있는 전제조건들이 하나씩 충족돼 가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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