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平秤] "국회의원님들 생각이 짧은 게 아닌가요?"
[天平秤] "국회의원님들 생각이 짧은 게 아닌가요?"
  • 니콜라
  • 승인 2014.01.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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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平秤] "국회의원님들 생각이 짧은 게 아닌가요?"
“우리 국회의원님들의 생각이 너무 짧은 게 아닌가요? 이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일본을 찾아 민단에 힘을 실어줘야 하잖아요.” 재일민단 신년하례식이 끝났을 때 이런 지적을 한 전화를 받았다.그도 민단하례식에 참석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60명의 의원이 민단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다. 자민당에서는 실력자인 누카가 의원을 포함해 10여명, 보수당인 공명당에서도 14명,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10명, 공산당과 사민당, 일본유신회 등에도 의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고작 3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의 김태환의원과 이진복의원, 민주당의 김재윤의원이 찾았을 뿐이었다. 당초에는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대표를 맡은 황우여 의원도 오기로 했었고, 정몽준 의원 등 여야 중진 의원들이 다수 오기로 돼 있었다는 게 민단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해 돌연 참석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과 한국 의원들의 재일민단 신년회 참석 보이코트와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의원들은 민단 신년회에 오는 것이지, 일본 총리를 격려하려 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피해를 보는 쪽은 민단을 포함한 재일동포들이다. 지난 2년간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서울 명동에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썰렁해진 만큼, 동경 신주쿠의 코리아타운에도 일본인 한류팬들의 발길이 뜸해졌다.이로 인해 한류타운의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고, 일본 내 김치 소비까지 줄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많이 참석했어야만 했다.비올 때 우산이 돼 주고, 힘들어 할 때 격려해줘야 제격이다. 하지만 우리 의원들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우리 민단이 곤혹스러워졌을 때, 오히려 신년회 참석을 보이코트해 민단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일본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민단에 힘이 되어주겠다 다짐할 때, 우리 의원들은 자리에 없었다. 한국 의원들과 친교라도 쌓자고 찾아온 일본 의원들이 있다면 내년에는 오지 않을지도모를 일이다.

민단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일본측 의원들은 하나같이 한일관계 개선을 호소했다. 정부가 이를 개선하지 못하면, 의회나 정당 차원에서라도 개선하자고 호소했다.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맡은 자민당의 누카가 의원도 의회가 앞장서자고 했고, 공명당과 민주당, 사민당, 공산당, 심지어 일본유신회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의원들의 노력을 호소하고, 스스로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과 파트너가 될 우리 의원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민단 신년하례회를 찾는 일본 의원들이 민단의 표를 의식해서 온 것이 아닐 것이다. 민단 동포들은 일본에서 아직 참정권이 없다. 재일동포들에게 영주권은 인정하되,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그간의 일본 정부의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들은 무엇 때문에 재일민단의 신년하례식을 찾아올까? 한일양국간 우호와 협력을 위해서라는 게 그나마 정답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일의대수(一衣帶水)하고 있는 이웃나라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脣亡致寒)의 사이다. 때로 부대끼고 다투지만 길게는 이웃으로 도우면서 공존해야 하는 사이다.

특히 재일민단은 한일간 근현대사를 체현하고 있는 존재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화, 그리고 강제징용, 민족차별과 같은 불행한 과거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후유증의 하나로 광복 후 새나라 만들기를 둘러싼 남북간 전쟁과 이념 대립이 없었더라도 재일민단의 모습은 오늘과 달라졌으리라.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일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힘들어진다. 지금처럼 재일동포들이 힘들어하고, 민단이 곤혹스러워 할 때 격려하고 도움이 되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일관계가 악화될수록 더 자주 일본을 찾아 민단을 격려하고, 재일동포들에게 도움이 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 재외국민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 된 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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