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다림과 느림도 아는 청마(靑馬) 태권인 되길...
[데스크칼럼] 기다림과 느림도 아는 청마(靑馬) 태권인 되길...
  • 이기백
  • 승인 2014.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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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갑오(甲午)년은 강인한 생동력과 변화무쌍한 에너지가 분출하여 개인이나 국가의 명운을 크게 바꾸는 기운이 넘쳐난다고 하는 소위 청색의 말이 이끌고 가는 해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하늘의 기운을 천간이라 하고 땅의 기운을 지지라고 하여 하늘의 기운을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라 하여 10가지로 구분하고, 땅의 기운을 12종류의 동물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로부터 상징성을 찾아내 두 개의 기운 천간과 지지를 합하여 변화하고 있는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했다. 올해는 하늘의 기운 갑(甲)과 땅의 기운 오(午)가 만나 갑오년이 된다.

갑(甲)은 하늘의 문이 막 열려 출발하는 첫 번째 기운으로 하늘을 향해 용솟음하는 청용의 힘과 봄에 힘차게 뻗어나면서 자라나는 나무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에 비유 된다. 창조와 개척, 역동과 도전, 시작과 출발, 튀어 오름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갑은 방향으로는 동쪽, 계절로는 봄, 일생으로는 유아기, 색깔로는 청색이다.

동물 중에 말을 뜻하는 오(午)는 시간으로 한낮인 정오(正午)를 의미하며 계절적으로는 한 여름을 나타낸다. 에너지가 넘치고 지칠 줄 모르고 달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말이 하늘의 기운 갑을 만나 청색 옷을 입고 지금 막 힘 있게 출발하였으니 앞으로 일어날 변화와 속도를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다.

6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갑오년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 모두는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이루고 싶은 소망이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을 생각한다. ‘달리는 말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 는 고사성어 마불정제(馬不停蹄)라는 말처럼 역동적인 도전을 통하여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정진해야 한다.

물론 변화무쌍하고 격동을 예고하는 2014년 올 한해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항상 달리는 말처럼 지칠 줄 모르고 노력하는 진취적인 삶의 자세는 성공적인 삶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욕심이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과유불급의 원리가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진취적이고 강인한 추진력과 도전의식 뒤에는 신중함과 차분함, 뒤돌아봄 등이 부족하기 쉬워 변화의 소용돌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난관과 실패의 불운을 겪기도 하고 나에 대한 정체성을 잃고 삶의방향과 목적을 놓치기도 한다.

특히 문명과 문화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성급함과 조바심, 기다림 보다는 빨리, 느림푸드 보다는 패스푸드, 남보다 나를 채우는 경쟁에 몰두하다 절망의 벽에 부딪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되는 기계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다움은 실종되고 오로지 돈의 위력에 의지하면서 달려가고 있다.

지금은 시골 농촌에 가도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를 보기가 어렵지만 어린 시절 해질 무렵이 되면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쳐다보면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먹는 저녁을 떠올리며 논뚝 길을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오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그때 그 장면을 생각하면 바로 논뚝 밭뚝 옆으로 난 길이며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의 모습이 그림처럼 나타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편안하고 차분해지면서 풍요로운 그리움을 느낀다.

기다림과 느림을 잊어버리고 쉬지 않고 급하게 경쟁하면서 앞만 보고 달린 세월의 뒤안길이 길게 늘어나면서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살아왔음을 느끼고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 간절해온다. 달리는 청마의 해 갑오년을 시작하면서 지구촌 모든 태권도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즐기길 권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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