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공멸 자초하는 '스포츠계 승부조작' 근절돼야
[社說] 공멸 자초하는 '스포츠계 승부조작' 근절돼야
  • 박완규
  • 승인 2014.03.16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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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양양했던 전직 프로게이머가 승부조작을 폭로하는 글을 남기고 투신해 스포츠계의 끊이지 않는 승부조작 악몽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였던 천모씨가 13일 오전 자신이 사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중상을 입었다.

천씨는 투신 전 자신의 SNS 계정과 게임사이트 등에 유서와 함께 승부조작을 폭로하는 글을 남겼다. 자신이 속했던 게임팀이 처음부터 승부조작을 위해 기획되고 만들어졌으며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로 돈을 벌려고 가난한 집안 선수들만 영입했다는 내용이다. 천씨는 승부조작을 거부하자 감독이 시즌 중간에 숙소를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고도 주장했다.

승부조작이 실제 있었는지는 경찰의 수사 등으로 확인돼야 하겠지만 천씨의 글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PC방 점유율에서 1년 넘게 1위를 지킬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게임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의 승부가 조작된 것이라면 팬들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e스포츠분야에서는 2010년에 스타크래프트의 유명 게이머 등이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한차례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 이후 많은 프로게임 팬이 e스포츠에 등을 돌릴 정도로 승부조작의 파장은 컸다. 안타까운 것은 승부조작 사태가 몇년째 스포츠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프로농구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과 씨름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태가 터져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프로축구 선수들이 K-리그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건이 불거져 파문을 일으켰다. 이어 프로야구, 프로배구에서도 일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건까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로써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승부조작으로 얼룩졌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스포츠계에서도 승부조작 파문이 심심찮게 불거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완전히 떼어내기 어려운 암적인 존재처럼 보일 정도다.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결과를 속여 돈을 벌려는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가 지목된다. 이들의 마수 같은 유혹에 선수와 감독 등 스포츠 종사자가 넘어가면 승부조작이 벌어지는 것이다.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배후를 적발해 근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스포츠 종사자들의 도덕 불감증도 문제다.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끝까지 배후를 파헤치고 선수와 브로커 등 관련자를 모두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승부조작이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님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 천씨의 투신으로 불거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손에 땀을 쥐고 결과를 지켜보는 팬들을 속이는 승부조작은 결국 팬을 떠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스포츠 종사자들은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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