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春秋] '인사동' 개발? 전통문화지구로 가치 보존돼야
[시사春秋] '인사동' 개발? 전통문화지구로 가치 보존돼야
  • 박완규
  • 승인 2014.03.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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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지구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개발을 놓고 일부 구역에 호텔 등 고층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문화지구심의위원회에 인사동의 업종제한 구간을 축소하는 내용의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 변경안’(이하 문화지구변경안)을 상정했다.

이는 인사동길 20-3, 20-5, 22-6 등 인사동 문화지구 내 24개 필지를 인사동 문화지구의 '주(主)가로변’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인사동 사거리 북쪽(안국역 방면) 인사·관훈·낙원동 일대는 인사동 문화지구로 지정돼 있어 건축물 높이가 최대 4층으로 묶여 있고 업종도 제한된다. 인사동 사거리 남쪽(종로 방면)은 공평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있으나 업종 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주가로변은 고미술품점 등 전통문화업종만 입점할 수 있다.

문화지구변경안대로 해당 지역이 주가로변에서 제외되면 업종제한이 풀려 그동안 금지됐던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높이 60m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숙박시설이라면 약 19층 높이가 가능하다. 이미 이 부지 일부에 호텔이 세워진다는 소문이 퍼져 인사동의 전통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인사동 161번지(승동교회 주변) 일대 3만 3천72㎡를 69개 소단위 맞춤형으로 정비하는 계획을 가결했다. 35년만에 인사동의 개발제한이 풀린 것이다. 그러나 인사동의 특수성을 고려해 골동품점, 표구점, 필방, 화랑은 권장하고 화장품점, 커피전문점, 노래방 등 업종은 불허된다. 69개 구역의 개별 건축행위 시 건폐율은 60%에서 최대 80%까지, 1-2층으로 제한됐던 건물 높이는 3-4층까지 완화했다. ‘리모델링 활성화 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도 연면적의 30%까지 완화해 증축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계획된 도로는 최대한 축소하고 골목길을 유지해 보행자 중심 도로로 정비되며 화재 위험에 대비해 기존 2m의 골목길을 배로 확장해 소방도로를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문화지역변경안은 작년 8월 확정한 ‘공평도시환경정비계획’에 따라 공동개발구역에 속한 주가로변 구간의 업종제한 해제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 고층 상업시설들이 들어서면 전통문화거리인 인사동의 경관은 훼손될 것이고, 인사동의 성격도 지금과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문대로 해당 지역에 고층 호텔이 세워진다면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심지어 호텔 예상 부지에는 한옥도 여러 채 들어서 있다.

인사동의 개발·정비는 필요하다. 인사동은 하루 유동인구가 평일은 3만-5만 명, 주말이나 공휴일은 7만-10만 명에 이르는 인기있는 관광지역이다. 그러나 오랜 개발 제한으로 건물의 노후화가 심각한데다 화재에 취약하다. 소방도로의 부족으로 지난해 2월 이 지역의 한 식당에서 일어났던 방화사건에서처럼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해 큰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도심에서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문화거리였던 인사동은 국적불명의 거리로 바뀐 지 오래다. 화장품점, 커피전문점 등이 화랑, 고미술품점, 골동품점, 표구사, 고서점, 전통음식점 등이 있어야 할 자리로 밀고 들어갔다.

낙후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전통문화지구로서 인사동의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문화지역 변경은 성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이 지역의 개발은 상업적 논리에 의해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실제로 이 지역에 활동 기반을 둔 화랑이나 전통문화 상점들을 포함해서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칠 것을 당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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