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창 '낯선나라 세이셸' 명예총영사를 만나다
정동창 '낯선나라 세이셸' 명예총영사를 만나다
  • 니콜라
  • 승인 2014.03.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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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창 '낯선나라 세이셸' 명예총영사를 만나다
세이셸이란 나라를 아시나요? 이 물음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냐는 반문이 이어지기 십상이다. 인도양 한 귀퉁이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다. 세이셸은 큰 지도를 펼쳐 놓아야 겨우 눈에 띈다. 115개 섬에 사는 인구라야 10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2011년 기준으로 고작 8만9천여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엄연한 독립국으로서 정식 국호는 세이셸 공화국(The Republic of Seychelles)이다. 대통령도 있고, 장관도 있다.


이런 낯선 나라에 ‘한국’이란 씨앗을 심고 가꾼 의지의 한국인이 있다. 정동창(54) 주한 세이셸공화국 명예총영사가 그 주인공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국 그 자체입니다.” 정 총영사는 세이셸이란 나라를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2004년에 처음 가본 세이셸의 매력에 반한 정 총영사는 그 이후 10년째 이 나라와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외교관 아닌 외교관 생활에 푹 빠져 있다. 정 총영사가 ‘황홀함’이나 ‘경이로움’으로 묘사하는 세이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요즘은 세이셸 전도사가 된 정 총영사는 2013년 4월에 김빛남 세이셸 관광청 한국사무소장과 함께 ‘세이셸’이라는 책을 한 권 펴냈다. 이 책 추천사를 쓴 알랜 센트 안지 세이셸 문화관광부장관은 세이셸을 이렇게 소개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환경 뿐 아니라 두 곳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그리고 지구상 가장 희귀한, 그러면서도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 동식물의 보고이다. 세계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된 해변과 ‘영원한 여름의 나라’라는 별칭을 갖게 한 완벽한 기후 조건을 갖춘 환상의 나라이다.”

세이셸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250여개 리조트가 자리한 휴양 여건은 ‘가히 세계적’이라는 것이 정 총영사의 설명이다. 그동안 영국 왕실 윌리엄 왕세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가족, 세계적 축구 스타 베컴 부부가 시혼 여행이나 휴양차 왔다가 엄지를 치켜 든 것만으로도 그 명성은 충분히 짐작된다.

정 총영사의 세이셸과의 운명적인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초에 정 총영사는 세이셸 정부로부터 느닷없는 이메일 한 통을 받게 된다. “명예 영사 신청을 받고 있으니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때까지 평생 여행업을 해온 그였지만 세이셸을 가본 적도 없을뿐더러 나라 이름조차 생소했다. 나중에 세이셸 대사를 겸임하고 있던 이석조 주케냐대사가 추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 총영사가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세이셸공화국의 주한 명예영사가 된 것은 2006년 9월이었다. “그 때부터 한국과 세이셀 양국에 서로를 알리고 교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정 총영사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총영사는 잘 나가던 여행업도 완전히 접고 ‘오직 세이셸과 한국의 교류에 올인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는 세이셸을 찾은 한국인이 2006년 몇십명 수준에서 올해 1천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잘 보여준다.

“마라톤 불모지였던 세이셸에 한국의 마라톤문화를 수출한 것을 큰 보람으로 여깁니다. 2008년 시작해 올해로 7회째 열린 에코프랜들리마라톤대회가 그것입니다. 세이셸에 무슨 기여를 할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아이디어였어요. 처음엔 행사 관계자 대부분이 반대했지만 세이셸 외교부장관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어렵게 성사가 됐어요. 초창기에는 행사 기획에서부터 코스 개척, 필요한 물품 마련까지 거의 대부분의 일을 혼자하다시피 했죠. 행사명도 제가 지은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대회조직위원장을 계속 맡고 있고요.”

매년 2월 마지막 일요일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올해는 1천700여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뤘다. 그 중 외국인이 33개국에서 800여명이 참가해 국제 행사로서 손색이 없는 면모를 보였다. 첫 해 350명(외국인 100명)이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정 총영사는 “지금은 세이셸의 4대 국가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4년 전에 국제육상경기연명(AIMS)로부터 국제대회로서 공인까지 받았다”면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정 총영사는 “마라톤대회를 한번 개최하는데 3만5천 달러가 들지만 기업 등의 후원금 한 푼 없이 지금까지 혼자 힘으로 마련했다”면서 지난 7년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 총영사는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한국 알리기를 하는데도 열정을 쏟았다. 그동안 마라톤 행사와 함께 개최한 한복 패션쇼, 한국 전통무용과 사물놀이패 공연, 한국 음식 갈라디너 쇼 등이 그것이다.

“명예영사를 맡았던 초창기에는 세이셸 정부나 국민들 역시 한국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 알리기에 노력한 결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아졌어요. 그 이전에 대부분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공산품은 일제였지만 지금은 한국 제품들이 판매 1위를 하고 있죠. 올해 2월 중순에 세이셸 고위 외교 관료가 방한했는데, 남한 땅의 14배에 달하는 세이셜 영해의 석유 개발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참치어장도 있는데 우리나라 한 수산회사의 선단도 진출에 성공했어요.”

정 총영사는 세이셸 관광청, 투자청 한국 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다. 세이셸의 주한 대사관이 없어 이 역할을 정 총영사가 대리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코리안 윤석진 기자=본지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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