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春秋] 원포인트 국회 vs 원샷·원포인트 국회
[시사春秋] 원포인트 국회 vs 원샷·원포인트 국회
  • 박완규
  • 승인 2014.03.20 0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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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에서 또다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어제 각자의 관심사를 다루기 위해 따로 상임위를 단독으로 열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대당을 압박하기 위한 시위성 성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비쳤다.

다음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처리에 비상이 걸린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소위를 단독 소집해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법안소위에 불참한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한심한 지금의 국회 풍경이다.

올들어 새정치를 거듭 다짐한 여야의 당찬 각오는 봄 눈 녹듯 사라진 격이다. 여당에 발등의 불이 된 원자력 방호방재법안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서울 코뮈니케'의 이행 차원에서 처리가 요구되고 있다. '원자력 시설 테러를 막기 위한 핵물질방호협약이 2014년까지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은 당시 핵안보정상회의 주최국인 우리나라가 주도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안의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국제사회에 할 말이 없게 될 판이다.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다른 법안들과 연계해 이것(원자력 방호방재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고 있어 유감"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선제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처지에 약속한 것마저 못 지키게 되면 국익에 큰 손상이 될 것"이라고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정부·여당은 국익이 걸린 중요한 법안이 지금껏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먼지만 쌓이게 방치한 1차적인 책임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건 국회가 바뀌었건 때를 놓치지 않고 처리해야 할 법안은 시의적절하게 미리 처리했어야 마땅하다. 이 법안은 2012년 8월 국회에 제출됐다고 한다. 직전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협약을 주도해놓고는 법안처리를 소홀히했다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는 비판받을 일이다. 민주당은 원자력 방호방재법과 방송법 개정안 등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했다가 막판에 무산된 112개 법안을 일괄처리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0일 "(종편 채널에도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을 이번에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과 같이 처리하면 꿩도 잡고 매도 잡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법안을 연계해 여당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당리당략을 앞세운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까지 곱게 비칠 리는 없다. 한미 방위비분담협정 비준동의안의 국회 비준을 비롯해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의 처리도 시급한 일이다.

여야는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 '원샷·원포인트 국회'를 열자 하면서 기세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국회에서 마주 앉아 국익과 민생을 챙기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만날 말로만 새 정치를 약속하지 말고 낡은 정치와 결별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실천해 보여주기 바란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을 하면서 국회를 운영하는 여야의 모습을 국민은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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