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春秋] 與 서울시장 후보경선 '아름다운 정책대결' 되길
[시사春秋] 與 서울시장 후보경선 '아름다운 정책대결' 되길
  • 박완규
  • 승인 2014.03.3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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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음으로 연일 시끄러운 모양새를 보이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모처럼 공약 경쟁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진통 끝에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간 3파전으로 가닥이 잡힌 뒤 어지러이 횡행하던 네거티브 공세는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대신 세 후보가 저마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경쟁적으로 공약을 선보이는 정책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혼탁 양상으로 애초 기대했던 아름다운 경선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으나 이제라도 정책으로 승부하는 경쟁을 보여줘 다행이다.

정 의원은 3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비전선포식을 열고 '33한 서울, 88한 경제만들기' 구상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안전과 친환경, 일자리 등 3가지에 복지 사다리·일자리·울타리 등 복지 3축을 달성해 33(삼삼)한 서울을 만들고, 88(팔팔)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활기찬 강북 만들기 등 8개 분야에 모두 64개 전략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재건축 연한을 현행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100년 주택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김 전 총리는 청년·중장년·어르신 등 연령대별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민간 유휴부지와 공공기관 이전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대 여성공약'을 제시했다.

이 최고위원은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여성인재뱅크를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국·공립 보육시설 2배 확충, 지하철 여성전용칸 설치, 유휴여성 문화인력을 활용한 문화PD 선정, 육아도우미 인증제 등을 약속했다. 뒤늦게나마 예비후보 간 정책을 비교 평가할 좋은 기회가 마련된 것으로 본다. 기왕에 정책 역량을 검증받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인 만큼 그 기조가 끝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예비후보는 물론 당 지도부 모두 유념하길 기대한다.

정책경쟁을 다짐하고서도 여전히 날선 공방이 그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세 후보의 약속이 의례적인 수사에 그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상향식 공천'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경선 컷 오프 룰, 여성 우선공천지역 선정 등을 둘러싸고 잇따라 잡음을 노출한 당 지도부가 남은 기간 매끈한 경선관리를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아직은 성급하다.

당초의 경선 원칙은 이미 온데 간데 없고 지역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김 전 총리가 돌연 일정을 전면 중단하며 칩거에 들어갔던 것도 경선 후보를 논란 끝에 3배수로 압축하기로 한 경선관리 방식에 대한 불만이 주된 요인이었다.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구도를 짜는데 골몰하느라 약속을 저버리고 조변석개식으로 원칙을 흔드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잘못한 것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는 일이 없는지도 늘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오로지 야당 후보를 이기는 카드를 모색하느라 충격요법에 의존하거나 과열·혼탁 양상이 나타나도 모른 척 눈 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근거없는 소문과 비방에 기댄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잠시 유권자 시선을 끌어모을지 몰라도 결국은 당과 후보에게 화가 되는 부메랑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겨 국민의 정치불신을 심화시킨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새누리당 지도부와 예비후보들은 늘 깊이 새겨 보아야 한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나 빅딜설 등으로 경선 판도가 다시 춤추게 하지 말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아름다운 경선'의 본보기를 만들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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