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태권도 등 스포츠 전반의 '잔인한 4월'
[데스크칼럼] 태권도 등 스포츠 전반의 '잔인한 4월'
  • 박완규
  • 승인 2014.04.03 09: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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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문호인 TS 엘리엇의 '황무지'에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까지도 벚꽃이 활짝 피는 아름다운 4월이 왜 가장 잔인한 달인지 잘 이해되지 않지만 한국 스포츠에 있어 올 4월은 사상 가장 잔인한 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국내 스포츠계는 올해초부터 3월 말까지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으로 얼룩졌다.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가 도핑테스트규정 위반으로 선수 자격이 정지됐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장비 담당 코치가 성추행 문제로 직위해제됐다.

2월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부정 선수(일반인)이 동계체전에 출전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3월 들어서는 여자 컬링 대표팀 성추행 파문, 화성시청 쇼트트랙팀 성추행 의혹, 대한야구협회 횡령 사건 등 크고 작은 일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특히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횡령혐의 피소는 그 진위여부를 떠나 가뜩이나 암울한 태권도 미래에 찬물을 끼얹졌다.

이래저래 만신창이가 된 한국 스포츠는 4월 들어 각종  '감사'로 호된 시련을 맞을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의 한국 국가대표 탈락과 관련한 의혹, 컬링팀 코치의 성추행 논란과 이에 따른 선수들의 전원 사퇴와 복귀, 루지 국가대표 코치의 선수 폭행 등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소치 올림픽 때문에 미뤄둔 빙상, 아이스하키, 컬링, 스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스켈레톤, 루지 등 7개 겨울 스포츠 종목의 경기단체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감사에 들어간다. 문체부는 감사 목적을 경기단체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계 종목과 별도로 대한레슬링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등 몇몇 하계종목에 대해서도 다시 특별 감사에 돌입했다. 정부는 비리가 드러나면 지난달 10일 출범한 '범부처 스포츠혁신 특별전담팀(TF)'과 연계해 검찰과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2월 스포츠계의 비위사실 제보를 받으려고 설치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그동안 제보된 사실을 바탕으로도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대한농구협회 임원의 심판에 대한 승부조작 지시 의혹, 대한수영연맹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국가대표 선발전과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의 오심 논란을 먼저 조사할 계획이다. 

전방위 감사를 받아야 하는 해당 협회와 대한체육회의 반응은 크게 둘로 엇갈린다. 권력과 예산을 쥔 정부 감사를 무조건 받는 수밖에 더 있냐"는 '순응파'와  "해도 너무한다"는 '반발파'로 나뉜다. 반발자들은 "지난해도 4개월간 집중 감사를 해놓고 올해 또 한다니 감사로 날 새겠다는 거냐? 체육계를 비리 집단으로 모는 것같다"며 볼멘 소리다. 

이들중 일부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체육계 비리 엄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현 대한체육회장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문체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요즘 매일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체육계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체육단체의 무능력과 무원칙, 관행으로 인식돼온 비리, 도덕적 불감증, 인권 의식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체육계 비리는 당연히 엄단돼야 하고 스포츠인들도 자발적으로 자정 운동을 펴야 한다.

정부도 중복 감사, 표적 감사로 엉뚱한 오해를 사지 않아야 하고 무리한 감사로 현장에서 뛰는 스포츠인들의 사기를 꺾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스포츠계의 잔인한 4월'이 되지 않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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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yeol11 2014-04-07 11:00:32
기사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