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春秋] 여야 '마이웨이' 고집접고 정당공천 논란 매듭져야
[시사春秋] 여야 '마이웨이' 고집접고 정당공천 논란 매듭져야
  • 박완규
  • 승인 2014.04.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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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와 관련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물어 그 결론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과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는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실시해 50 대 50의 비율로 반영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가 검토하고 있다 한다.

안 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정치의 기본을 바로 세우고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원칙과 소신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확인한 뒤 "국민과 동지들의 뜻을 바탕으로 당내외 다양한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고 당의 역량을 집중시켜 한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안 대표가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박근혜 대통령이 박준우 정무수석을 보내 안 공동대표의 면담 요청을 공식 거절한 지 하루 만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간의 완강한 무공천 고수 주장에서 퇴로를 여는 선택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음에 따라 6·4 지방선거에서 기초 선거 무공천 방침을 정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당내 논란에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과의 통합 창당의 명분이 기초선거 무공천이긴 하지만 새누리당이 공천 유지를 결정하는 바람에 야권이 일대 혼란에 휩싸이면서 무공천 철회 요구가 당 안팎에서 거센 탓이다.

그러나 오늘 회견에서도 다짐했듯 안 대표는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로 '약속을 파기하는 낡은 정치'를 혁신하는 걸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다. 결국 새 정치 이미지를 살리면서 명분론을 고수해야 할지, 현실론으로 돌아서야 할지 갈림길에 선 형국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명분과 현실을 다같이 감안하면서 당내 분란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출구전략으로도 읽힌다.

현재 쟁점이 되는 기초선거 무공천은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미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지방선거 때는 기초선거 정당공천과 정당 표방이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기초의원 후보자가 정당 표방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 신청을 하자 헌법재판소가 2003년 기초선거 정당표방 금지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기초 선거 정당공천 폐지 시 위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하나같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한 건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몰랐을 리 없는 여야가 똑같은 공약을 내건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대선이 끝나자 일방적으로 공약을 번복한 새누리당은 지난 2일에야 최경환 원내대표의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 형식을 빌려 사과했다. 그렇다고 집권여당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건 결코 아니다.

이제 국민과 새정치연합 당원들의 결정만 남겨 두게 됐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신속하게 진행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양단간에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공천 유지가 되든 공천 폐지가 되든 그 결론에 대한 책임은 새정치연합이 감수해야 한다.

끝까지 공천 폐지 약속을 지켜 새 정치의 아이콘답게 승부수를 띄울지, 국민과 당원의 명령으로 여기고 명예롭게 공천 유지로 회군하는 제1야당 대표의 실용적인 면모를 보일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다만, 어떤 길을 택하든 지방선거가 더는 정치싸움의 틈바구니에 끼어 실종되는 사태가 없도록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선거가 채 두 달도 안 남았지만 이런 식으로 여야가 '마이 웨이'만 고집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4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에 관한 막판 합의를 도출할 길을 끝까지 열어놓고 협상을 마다하지 않는 성의를 보인다면 조금이나마 국민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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