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열풍,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⑥] 안석준 CJ E&M 음악사업본부 대표
[K-POP열풍,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⑥] 안석준 CJ E&M 음악사업본부 대표
  • 이상철
  • 승인 2012.07.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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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열풍, 신화를 만드는 사람들⑥] 안석준 CJ E&M 음악사업본부 대표

씨엔블루 비스트 포미닛 등 차별화된 해외공연 주도…우리끼리 하는 잔치 지양
건재한 내수시장 지키며 콜라보레이션 전략 등 필요

▲ CJ E&M 음악사업본부의 안석준 대표
그룹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의 미국 공연. 그룹 비스트 포미닛 지나의 브라질 공연. 그룹 제국의아이들 쥬얼리의 중동 공연. t윤미래 엠아이비 리쌍의 미국 공연. 이들의 공연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아시아를 벗어난 K-POP의 지역확산, 아이돌그룹을 넘어 힙합 록 등 장르 다변화가 그것. '낯선 곳에서, 낯선 음악, 과연 가능할까'라는 우려를 확신으로 바꾼 중심엔 공연을 기획한 CJ E&M 음악사업본부 안석준 대표가 있다. 요즘 면도할 시간도 없이 바삐 움직이는 그를 11일 오후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만났다. 짧은 인터뷰 시간에도 그는 CJ E&M과 K-POP의 시너지에 대한 굵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시아에서 우리끼리 하는 잔치는 지양하자'는 생각이에요. FNC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이 미국에서 공연을 했을 때 현지관계자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의 록밴드가 이럴 줄 몰랐다. 가능성이 보인다.' 사실 미국 남미, 이런 곳에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요. 하지만 K-POP 열풍지역을 넓히고, K-POP 장르를 다양화시키는 것,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안석준 대표는 음악을 '사업'이 아닌 '산업'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는 삼성영상산업단에서 대기업시스템에 음악을 적용하는 첫 발걸음을 함께 뗐다. 이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국내 음악시장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워너뮤직코리아에서는 음원중심사업에서 아티스트 활용비즈니스로 패러다임을 바꿨다. K-POP이 물꼬를 튼 2000년대 초반부터 열풍에 이른 현재까지 모든 과정에 그가 있었다.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음악사업은 물론 산업 자체가 기반이 약했어요. 클래식음악을 전공하면서 막연히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다 유학을 가게 됐는데 참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완성된 집에서 무언가 배우는 게 아니라 집을 만들어가는 경험 속에서 모든 걸 터득해야 했거든요."

안석준 대표가 20 여년을 음악에 쏟으며 생각한 K-POP의 궁극적 목표는 'K-라이프스타일'로의 성장이었다. CJ E&M이 tvN Mnet 온스타일 등 다양한 채널구축, 패션 음식 뷰티 등 다방면의 사업 활로를 개척한 만큼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상"이라는 게 그의 확신이다.

"K-POP을 듣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중국 사람들이 말하길 '쏘리쏘리'와 '지'라는 음악이 좋지만 슈퍼주니어의 헤어스타일이 멋지고 소녀시대의 패션이 쿨(cool)하다고 합니다.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고, 옷을 입고 화장법을 좇는 큰 틀이 완성돼야 K-POP도 더 날개를 펼 수 있어요. 대기업이 나서야 하는 부분이 이런 맥락일 거예요. 기획사에서는 아티스트를 키우고, 대기업은 인프라를 조성하고, 부가 상품사업을 엮어서 파급효과를 만들어주는 거죠."

안석준 대표는 이 파급효과를 실현시키기 위해 세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콜라보레이션 전략을 꼽았다. 걸그룹 2NE1과 미국 힙합가수 윌아이엠의 합작이 대표적인 예. 그는 "미국에선 K-POP이 미미해도 아시아로 진출하고 싶은 미국 아티스트들에게 K-POP은 활용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며 "그 점을 꾸준히 캐치해서 접목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도 필요하다. 안석준 대표는 중국 가수 겸 배우 웨이 천을 한국 스타일로 꾸민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당시 웨이 천은 한국 노래를 배우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패션을 입은 후 중국에서 공연을 개최했다.

"한국문화를 입은 외국 아티스트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돈을 버는 건 결국 우리 시스템이 만든 결과잖아요. 역수출을 통한 현지화로 우리가 한국의 문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이 커져야 합니다."

안석준 대표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점은 내수시장의 건재함이다. 그는 아이돌그룹이 아시아의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콘텐츠가 됐다고 자부하면서도 이로 인한 부작용이 국내 음악시장으로 돌아오는 역설적인 상황을 우려했다.

"K-POP 열풍은 어쩌면 살기 위해 몸부림 친 결과로 만들어진 거에요. 10년 전 국내 음악시장이 너무 힘들었을 때 '이러다 죽겠다'는 심정으로 해외시장에 눈 돌리는 일이 많았거든요. 당시의 절실함이 훌륭한 상품을 완성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정신은 없고 껍데기만 남았죠. 특색 없는 아이돌그룹이 쏟아지면 해외 시장도 줄어들 거고요. 방송사가 연계된 해외 옴니버스식 공연은 성숙한 해외 팬덤 문화를 방해할 지도 몰라요."

그래서 안석준 대표는 Mnet '슈퍼스타K 3'로 발굴된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진정성이 살아난 요즘이 좋다. 지산록페스티벌 라인업에 라디오헤드 등 해외 아티스트가 늘어나는 현상도 안석준 대표가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라디오를 들으면 늘 '나한테 노래를 먼저 들려주면 잘 될지 안 될지 무조건 맞출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 때 그 설렘과 열정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뮤직비즈니스'라는 일을 하면서 그때를 회상하면 '비즈니스가 아니라 뮤직이 중심이다'는 초심을 새기게 됐거든요. K-POP이 전 세계 문화를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길 바래요. 라이프스타일에 음악의 진정성을 녹이는 일, 멈출 수 없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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